27일부터 8월 12일까지 올림픽이 열리는 영국 런던에서는 평소보다 지갑에 지폐를 두둑이 넣어두어야 할 것 같다. 평소에도 높기로 유명한 런던 물가가 대목을 맞아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급하게 현금이 필요하더라도 쉽게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거리는 상황을 맞을 수 있어서이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런던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가 올림픽 기간에 평소보다 100만 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이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재위 60주년 기념행사 기간에도 이미 ATM 현금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일부 관광객들은 술집에서 운전면허증, ID카드 등 신분증을 맡긴 뒤 다음 날 찾아가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게다가 대회 조직위원회는 주요 올림픽 경기 시설에 있던 범용 ATM 27대를 철거했다. 대신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비자카드만 쓸 수 있는 ATM 8대만 추가로 설치했다. 비자카드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올림픽 경기장과 부대시설에서 신용결제를 할 때도 비자카드만을 쓸 수 있다.
평소에도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최고 수준인 런던 물가는 더욱 치솟아 깨진 독에 물 새듯 현금이 빠져나가게 한다. 보통 선술집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에 하프 파인트(약 284cc) 맥주 한잔을 하려면 10파운드(약 1만8000원)가 든다. 사보이 호텔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려면 45파운드(약 8만 원)나 내야 한다. 출퇴근 시간에 런던 지하철을 타려면 관광객 할인을 받아도 승차권 가격은 최대 4.8파운드(약 8600원)이다.
영국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17개국이 쓰는 유로화 대신 파운드화를 고집하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처럼 별 생각 없이 유로화만 갖고 런던에 가면 택시 한 번 타기도 어렵다. 다시 환전을 해야 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중의 수수료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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