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YOU, MOM ! ]<5·끝>성지현 키운 김연자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3일 03시 00분


바로 그곳 런던… 엄마의 우승 스매싱, 26년후 딸이 잇는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대표 성지현(오른쪽)과 어머니 김연자 한국체대 교수가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맞춰 입고 라켓을 든 채 포즈를 취했다. 1986년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전영오픈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김 씨는 딸이 같은 장소에서 금빛 스매싱을 날려주길 기대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배드민턴 여자 단식 대표 성지현(오른쪽)과 어머니 김연자 한국체대 교수가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맞춰 입고 라켓을 든 채 포즈를 취했다. 1986년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전영오픈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김 씨는 딸이 같은 장소에서 금빛 스매싱을 날려주길 기대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 1986년 3월 영국 런던의 웸블리 아레나. 세계 최고 권위의 배드민턴 대회인 전영오픈 여자 단식에서 엄마는 정상에 올랐다. 당시 엄마는 지독한 감기에 걸린 최악의 컨디션을 이겨내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2 2012년 7월 28일 웸블리 아레나에서는 2012 런던 올림픽 배드민턴 경기가 시작된다. 딸은 태극마크를 달고 여자 단식에 출전한다. 2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엄마가 땀을 흘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던 바로 그 코트를 딸이 밟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 배드민턴의 기대주 성지현(21·한국체대)과 그의 어머니 김연자 한국체대 교수(49)다. 성지현의 생일은 7월 29일. 올림픽의 열기가 한창 뜨거울 때 생일을 맞게 됐다. 1980년대 세계 최고의 셔틀콕 스타였던 김 교수는 태몽 얘기부터 꺼냈다. “친정어머니가 복숭아가 담긴 접시 두 개를 보여주는 거예요. 푸른 거 대신 크고 노랗고 탐스럽게 익은 걸 골랐죠. 그러고 지현이를 갖게 됐어요.”

김 교수의 남편이자 성지현의 아버지는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성한국 감독이다. 성 감독 역시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1986년 US오픈에서 한국 남자선수 최초로 단식 챔피언에 올랐다.

배드민턴 선수로 최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성지현에게 라켓은 어쩌면 운명과도 같았다. 하지만 배드민턴 선수를 하겠다는 딸의 간청을 김 교수는 매정하리만큼 반대했다. “운동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내가 잘 알잖아요. 1등이 아니면 인정도 안 해주고. 절대 안 된다고 했죠. 배드민턴 못 치게 하려고 성남에서 서울로 이사까지 했어요. 그래도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더군요.”

요즘 김 교수는 한때 딸에게서 라켓을 빼앗았던 일을 후회하며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어린 딸에게 상처라도 주지 않았을까 해서다.

김 교수는 1980년대 초반 한국 배드민턴 세계화의 1세대다. 1989년 전국체육대회를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국제무대를 주름잡았다. 단식과 복식을 넘나들며 30차례 이상 우승했다. 그런 엄마의 존재는 같은 길을 걷는 딸에게는 짙은 그림자가 되기도 한다. “주위에서 엄마만큼 해야 된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스트레스도 물론 있었는데 이겨내야겠죠. 중고등학교 때는 엄마한테 많이 배웠어요. 전 코트 절반을 쓰고 엄마는 전체 코트를 다 써도 게임이 안 됐죠. 특히 헤어핀은 환상적이에요.”

타고난 운동감각과 176cm의 큰 키를 지닌 성지현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드민턴 선수로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방수현이 금메달을 딴 뒤 노메달에 그치고 있다. 성지현은 최근 중국과 유럽의 세계 상위 랭킹 선수들을 연파하며 세계 랭킹을 8위까지 끌어올려 올림픽에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김 교수는 배드민턴이 시범종목이던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여자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지현은 “처음 나가는 올림픽이라 가슴이 설렌다. 부담감을 털고 후회 없이 뛰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0년 가까이 항상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종이쪽지를 꺼내 보여줬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딸이 엄마의 생일을 맞아 쓴 편지였다. ‘이제는 엄마도 마흔한 살이시네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할 거예요.(중략) 올림픽에 가서 금메달을 따면 하느님과 부모님께 영광 돌릴 거예요. 사랑해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성지현#배드민턴#김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