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최다 세이브’ 2개 남겨… 끝판 모를 ‘끝판왕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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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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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구원왕이 본 성공요인

삼성 오승환
삼성 오승환
“오∼승∼환∼. 세이브 어스(Save Us·우리를 구한다)∼!”

장엄한 배경음악 속에 그가 마운드로 걸어 나온다. 대구 야구장 전광판에는 ‘끝판대장’이라는 대형 글자가 나타난다. 마치 링에 오르는 복서를 맞이하듯 팬들은 한목소리로 그의 테마 음악을 합창한다. 그는 전매특허인 ‘돌직구’를 앞세워 경기를 간단히 마무리한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그는 포수와 함께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한 편의 쇼를 마무리한다. 통산 226세이브를 거둔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30)의 명품 세이브쇼 장면이다.

오승환이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5년 데뷔 후 8시즌 만인 26일 현재 LG 김용수(중앙대 감독)의 227개에 1개 차로 다가섰다. 아시아 최다 세이브(47개), 최다 경기 연속 세이브(28경기), 최소 경기(334경기) 최연소(29세 28일) 200세이브 등 마무리 투수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그가 한국 최고의 소방수에 오르는 순간이 머지않았다.

역대 구원왕들은 이런 오승환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승환의 트레이드마크는 돌직구다. 올 시즌 최고 시속 155km를 기록한 볼 스피드도 일품이지만 공의 묵직함과 홈 플레이트에서의 공 움직임은 현역 최고로 손꼽힌다.

하지만 역대 구원왕들은 오승환의 제1 성공 요인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자기 공에 대한 믿음 없이 스피드만으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이다. 1994년과 1996년 구원왕에 오른 정명원 두산 코치는 “오승환처럼 자기 공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자신감 있게 던지는 투수는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강한 정신력도 오승환을 완성시킨 원동력으로 손꼽혔다. 오승환은 차분하고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마운드에 올라가면 180도 달라진다. 두산 시절인 2000년부터 3년 연속 구원왕을 차지한 진필중 경찰청 코치는 “마무리 투수는 공 하나에 경기 결과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다. 홈런을 맞고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오승환의 정신력은 역대 최고”라고 했다.

오승환이 롱런하기 위해선 변화구를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수 중앙대 감독은 “메이저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들과 비교해 슬라이더와 커브의 각도가 밋밋하다”며 “시속 160km대 직구도 몰리면 맞는 게 현대 야구다. 직구 승부로는 2, 3년 안에 한계가 올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오승환이 변화구를 많이 던질수록 투구 밸런스가 나빠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1984년 세이브왕 윤석환 SBS-ESPN 해설위원은 “변화구를 많이 던질수록 직구의 위력이 반감될 수 있다. 오승환은 직구 제구력을 갖췄기 때문에 유인구도 직구로 던지면 된다”고 조언했다.

역대 구원왕들은 자신의 전성기와 현재의 오승환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만큼은 만장일치로 후배의 손을 들어줬다. 송진우 한화 코치는 오승환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마무리 투수 시절 짜릿한 기억도 있지만 아픔도 많았다. 오승환은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무아지경이 되는 것 같다. 그에게 마무리는 천직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오승환 “美 리베라의 608세이브에 도전” ▼

“226세이브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없다.”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의 숙명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 경신을 눈앞에 뒀는데도 덤덤했다. 226번의 팀 승리에 마침표를 찍은 그에게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 하나도 없는 이유가 궁금했다. “매번 위기 상황에서 집중하다 보니 기억이 안 나는 것 같다. 마무리 투수는 순간이 소중하다. 지나간 일은 잘 잊어야 좋다.”

하지만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로서의 꿈에 대해서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43·26일 현재 608세이브),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의 이와세 히토키(38·336세이브)의 기록에 도전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후배 투수들이 프로에서 ‘선발 10승’ 못지않게 ‘40세이브’를 꿈꾸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전문 불펜 투수들이 성공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오승환#최다 세이브#끝판왕#구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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