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승부조작 파문 때마다 ‘월드컵-유로 우승’ 이탈리아 ‘우승 공식’ 이번에도 통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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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축구가 위기 때 더 잘나갔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12에 출전한 이탈리아 대표팀은 승부조작과 관련된 아주 불미스러운 오점을 안고 대회 장소로 날아갔다. ‘아주리’ 선수들은 최근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마리오 몬티 총리는 승부조작이 너무 광범위해 “프로축구를 2, 3년 중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 검거가 이어지면서 몬티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스포츠와 젊음, 경쟁, 페어플레이 등 최상의 가치를 이어가야 할 분야가 파울플레이와 부정으로 얼룩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구단주들은 총리에게 축구에 매달리지 말고 위기에 빠진 또 다른 ‘유로(유로화)’나 걱정하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1980년의 일이다. 검찰이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을 대거 검거했다. 자격정지 3년을 받은 슈퍼스타 파올로 로시는 검찰이 잘못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로시는 2년 자격정지 끝에 돌아와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 출전했고 6골로 득점왕을 차지하며 이탈리아를 정상에 올려놓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역대 최대 승부조작 사건인 ‘칼초폴리’가 터졌는데도 이탈리아는 보란 듯이 우승했다. 당시 검찰은 유벤투스와 AC 밀란, 피오렌티나 등의 선수 및 관련 심판을 검거했다. 이탈리아는 언론에 정보를 통제하는 한편 선수들을 훈련 캠프에 몰아넣고 강도 높게 훈련시켜 베를린에서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승부조작과 관련한 이런 부패의 고리는 이탈리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중국과 한국, 터키는 물론이고 유럽에서 가장 선진국이라고 평가받는 독일에서도 나타났다. 인터넷을 통한 불법 베팅엔 장벽이 없다. 유럽에서 중국 상하이의 불법 베팅을 조장할 수 있다.

이번 유로에서도 ‘불법 베팅’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개연성은 충분하다. 1982년과 2006년 호사가들이 ‘승부조작 파문에 휩싸인 이탈리아가 잘나가겠어?’라고 비아냥거렸지만 이탈리아는 주위의 예상과 달리 승승장구하며 정상에 올랐다.

이탈리아는 11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스페인과 유로 C조 첫 경기에서 1-1로 비겼고 15일 크로아티아와도 1-1로 비겼다. 19일 아일랜드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꼭 이기고 크로아티아가 스페인에 져야 8강행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강 스페인은 크로아티아를 잡아야 8강행을 안심하고 이탈리아로선 조 최약체 아일랜드를 꺾을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의 8강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설마 승부조작에 능숙한 이탈리아가 이런 절묘한 경우의 수를 연출한 것은 아니길 바란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해외스포츠#해외축구#유로2012#이탈리아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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