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이용훈 “공 물어뜯기? 그냥 주문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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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2일 07시 00분


‘퍼펙트 맨’ 이용훈(롯데)이 공을 치아로 깨물었다는 의혹 때문에 궁지에 몰렸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야구규칙상 분명 잘못된 행위였지만, 이용훈은 동기의 순수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에 대해 가슴아파했다. 스포츠동아DBn
‘퍼펙트 맨’ 이용훈(롯데)이 공을 치아로 깨물었다는 의혹 때문에 궁지에 몰렸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야구규칙상 분명 잘못된 행위였지만, 이용훈은 동기의 순수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에 대해 가슴아파했다. 스포츠동아DBn
‘부정투구 논란’ 대체 무슨일이…

KIA전 구원등판… 마운드서 공 깨물어
명백한 룰위반, 고의성 여부 놓고 시끌

“타자 잡고 싶은 욕심…공에 빌었을 뿐”
잘못 인정 이용훈, 비난엔 정신적 충격

전문가 “그냥 습관…의혹 말도 안돼”


롯데 이용훈(35)은 10일 6-3으로 앞선 사직 KIA전 8회 무사 1루서 구원 투입된 직후 마운드에서 공을 치아로 깨물었다. 의도를 떠나 야구규칙 8.02의 ‘어떤 방법으로든 공에 상처를 내면 안 되는’ 룰에 위배된 행위임에 명백하다. 심판이 주의를 주지 않았고 KIA에서도 어필이 없었기에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 그러나 11일까지도 논란이 꺼지지 않은 것은 부정투구 자체가 아니라 그 고의성 여부 때문이다.

○투수의 심리

물의를 일으킬 행위라는 것은 인정했지만 절대다수 야구인들은 이용훈의 순수성은 옹호했다. “야구를, 투수를 아는 사람이라면 의혹이 말이 안 된다”는 중론이다. 투수 출신 해설위원 A는 “투수는 공에 흠집을 낸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한다”고 밝혔다. 일반 팬 사이에선 공에 변형을 가하면 투수가 큰 이득을 얻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오히려 싫어하는 투수가 더 많다는 얘기다. 의도한대로 컨트롤을 할 수 없어서다. 현역 투수 B 역시 “투수의 심리를 너무 모른다. 투수는 오히려 흠집난 공을 싫어한다. 이용훈은 원래 그런 습관이 있었다. 야구공 회사에서 뭐라 말하는지 몰라도 실밥이 튀어나온 공은 가끔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설위원 C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부정투구로 이익을 보려고 그랬다면 그렇게 대놓고 반복적으로 했겠는가? 이 자체가 이용훈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심판이 주의를 주지 않았고, 상대 팀에서도 어필이 없었다. 하지만 중계화면에 이용훈이 공을 치아로 깨무는 장면이 고스란히 포착돼 논란이 확산됐다. 사진캡쳐|SBS ESPN
심판이 주의를 주지 않았고, 상대 팀에서도 어필이 없었다. 하지만 중계화면에 이용훈이 공을 치아로 깨무는 장면이 고스란히 포착돼 논란이 확산됐다. 사진캡쳐|SBS ESPN


○정신적 충격

이용훈은 11일 오후 드라이브를 잠깐 다녀왔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아이가 깰까봐 밤에 휴대폰을 꺼놓고 잤는데 일어나니 난리가 나있었다. 무슨 말을 해도 변명으로 비칠까봐 조심스럽다고도 했다. 행위의 잘못도 선뜻 인정했다. 다만 그런 행위를 했던 동기의 순수성까지 비난받는 현실에는 가슴 아파했다. “한번도 유명했던 투수였던 적이 없었다. 글러브에 ‘일구입혼’을 써놓고 다녔다. ‘투수는 자신감이 있으면 구위가 달라진다’는 KIA 선동열 감독님 말씀이 너무 와 닿아서 라커룸에 붙여놓고, 마운드에서 주문처럼 되뇌었다. ‘제발 이 타자만 잡게 해달라’는 간절한 마음에 공에게 빈 것이다. 나의 징크스 같은 것이었다.”

이용훈은 “공을 깨물어보면 알겠지만 흠집이 나지 않는다. (흠집난 공을) 컨트롤할 수 있으면 내가 작년까지 2군에 있었겠는가? 그 많은 관중 앞에서 그런 짓을 할 만큼 담대한 사람 아니다”고도 말했다. 그는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을 아는 만큼 이제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용훈은 13일 사직 두산전 선발이다. “이겨낼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이미 마음의 상처를 입은 흔적마저 감출 순 없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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