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16번홀, 우즈에겐 마법의 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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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까지 15m… 깊은 러프… 3m 솟구친 공 S자 굴러 쏙
메모리얼 우승… 통산73승 니클라우스와 어깨 나란히

황제와 전설 타이거 우즈(왼쪽)가 4일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뒤 대회 주최자인 잭 니클라우스에게서 받은 트로피를 들고환하게 웃고 있다. 더블린=AP 연합뉴스
황제와 전설 타이거 우즈(왼쪽)가 4일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뒤 대회 주최자인 잭 니클라우스에게서 받은 트로피를 들고환하게 웃고 있다. 더블린=AP 연합뉴스
타이거 우즈(37)는 어릴 적 침실 벽에 잭 니클라우스(72)의 사진을 붙여두고 골프 스타의 꿈을 키웠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들어 산전수전을 다 겪은 우즈에게 니클라우스는 여전히 희망의 메신저인지 모르겠다. 우즈가 자신의 우상인 니클라우스가 지켜보는 앞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4일 미국 오하이오 주 더블린의 뮤어필드빌리지골프장(파72)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우즈는 니클라우스가 주최하는 이 대회에서 선두에 4타 뒤진 채 4라운드를 출발해 5타를 줄여 합계 9언더파 279타로 역전 우승했다.

이로써 우즈는 PGA투어 통산 73승째를 거두며 통산 최다승 랭킹에서 이날 자신에게 트로피를 안겨준 니클라우스와 공동 2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1위(82승)는 샘 스니드. 73승 가운데 우즈는 이 대회에서만 5차례 정상에 섰다. 46세 때 73승을 올린 니클라우스보다 9년이 빨랐다.

3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했던 우즈는 그 후 마스터스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악인 공동 40위에 처졌고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예선 탈락의 수모를 안았다.

불안했던 우즈는 이번에 전성기 때의 강한 모습을 되찾으며 한때 50위 밖으로 밀렸던 세계 랭킹을 4위까지 끌어올렸다. 93%의 페어웨이 안착률과 78%의 그린 적중률을 보인 이날 막판 4개 홀에서 버디 3개를 낚는 매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약점이던 쇼트게임과 퍼트도 흠잡을 데 없었다.

16번홀(파3·184m)에서 나온 버디가 백미였다. 1타 차 2위였던 우즈는 8번 아이언으로 한 티샷이 뒷바람을 타고 그린 오른쪽 깊은 러프에 빠졌다. 이 홀은 핸디캡 1로 이번 대회 평균 타수는 무려 3.368타. 홀과 15.5m를 남겨둔 우즈 역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핀은 심한 내리막 경사의 그린 뒤쪽에 꽂혀 있었으며 그 끝에는 연못이 도사리고 있었다. 짧으면 공이 홀 왼쪽으로 흘러내리고 길면 그린 너머 해저드에 빠질 수 있었다. 우즈는 60도 웨지를 4차례의 연습 스윙 끝에 클럽 페이스를 완전히 열고 풀 스윙에 가깝게 플롭샷을 날렸다. 3m 정도를 뜬 이 공은 그린 끝에 떨어진 뒤 S자 모양으로 6∼7m를 구르다 홀 안으로 사라졌다. 파만 해도 다행으로 여겼던 우즈는 폭발적인 어퍼컷 세리머니로 포효했다. 장활영 SBS골프 해설위원은 “공을 띄우기 힘든 내리막 경사였다. 클럽 페이스를 눕혀 로프트를 70도 정도까지 만든 뒤 임팩트까지 손목을 풀지 않았다. 행운이 따랐지만 우즈만이 할 수 있는 샷이었다”고 분석했다. 여느 주말골퍼라면 뒤땅이나 토핑을 내 물에 빠뜨려 스코어가 불어날 만했다. 고덕호 프로는 “플롭샷은 공이 깊게 잠긴 러프에서 손목을 많이 사용해 공을 높게 띄우는 고난도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우즈의 기세에 눌린 듯 선두였던 로리 사바티니는 이 홀에서 보기를 하며 2위로 밀렸다.

우즈는 2주 후 US오픈 전망을 밝게 했다. 메이저 통산 14승을 기록한 우즈는 니클라우스의 최다승 기록(18승)까지 넘보고 있다. 니클라우스의 격려 속에 우즈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게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해외 스포츠#골프#타이거 우즈#타이거 우즈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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