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사인 훔쳐본다” vs “코치가 야유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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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5일 07시 00분


롯데 홍성흔이 타석에 설 때마다 한화 조경택 배터리코치(오른쪽)의 야유가 거세진 데서 사태는 비롯됐다. 두 사람은 친한 사이라지만
 가뜩이나 타격감이 떨어져 고생하고 있던 홍성흔이었기에 조 코치의 야유로 타석에서 집중하기 더욱 힘들었다. 스포츠동아DB
롯데 홍성흔이 타석에 설 때마다 한화 조경택 배터리코치(오른쪽)의 야유가 거세진 데서 사태는 비롯됐다. 두 사람은 친한 사이라지만 가뜩이나 타격감이 떨어져 고생하고 있던 홍성흔이었기에 조 코치의 야유로 타석에서 집중하기 더욱 힘들었다. 스포츠동아DB
한화·롯데 감정싸움 증폭 왜?

롯데 “근거없이 홍성흔 자극 예의 아냐”
한화 “조경택 코치, 신참포수 주의 환기”
쓰레기통 걷어찬 홍성흔 놓고 팬 논쟁도


쓰레기통 ‘인증 샷’까지 등장했다. 롯데 홍성흔을 둘러싼 롯데-한화의 감정싸움이 양 팀 팬끼리의 사이버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13일 대전 한화전 7회 선두타자로 나선 홍성흔은 류현진에게 삼진을 당한 뒤 덕아웃의 쓰레기통을 걷어찼다. 이에 한화팬은 홍성흔의 매너를 건드렸고, 롯데팬은 사람 좋은 홍성흔이 그렇게까지 분노한 원인을 한화가 제공했다고 논박했다. 급기야 열혈 롯데팬은 ‘쓰레기통이 파손됐으면 얼마든지 보상하겠다’는 의미로 한화 구단에 쓰레기통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사건

롯데 타자 홍성흔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1루 덕아웃의 한화 조경택 배터리코치는 야유를 했다. 처음 두 타석은 참고 넘어갔지만, 7회 3번째 타석에선 정식으로 항의했다. 롯데 양승호 감독까지 나서 결국 심판이 제지를 했다. 겉으론 아주 단순하지만, 이 사안은 파고들면 굉장히 본질적인 논쟁거리를 품고 있다. 미묘한 것은 같은 장소에, 같은 행위를 두고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나 봤지만 서로의 처지에 따라 가치판단은 다를 수 있어서다.

○롯데(원고)측 변론

롯데가 한화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야구계의 에티켓을 깼다는 데 있다. 조경택 코치의 야유가 처음 나왔을 때, 양승호 감독은 한화 김민재 코치를 통해 자제를 구했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았다. 양 감독이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또 하나 롯데 코치들까지 발끈한 이유는 ‘코치는 야유를 안 한다’는 상식을 조 코치가 어겼다는 것이다. 한 코치는 “선수도 아니고 코치가…”라고 말을 흐렸다. 또 다른 코치는 “같은 코치끼리 얼굴이 화끈했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논란의 핵심은 야유의 내용이다. 조 코치가 “홍성흔, 사인 훔쳐본다!”라는 고함을 질렀다는 대목이다. “그런 말한 적 없다”는 반론도 나오지만 “들었다”는 사람도 있으니 간과할 수 없다.

‘사인 훔치기’가 사실이라면 과연 훔친 자가 잘못인가, 들킨 자가 잘못인가라는 논쟁이 불가피하다. 만약 홍성흔이 결백하다면 한화는 동업자끼리 금도를 넘은 인신공격을 한 셈이 된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홍성흔이 타격 슬럼프이지 않는가? 가뜩이나 예민한데 그런 식으로 집중력을 흐려놓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쭉 2군에 있다가 12일 갓 1군에 올라온 조 코치가 오버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화(피고)측 변론

한화에선 일단 조경택 코치가 “사인 훔치기”를 말했는지부터 엇갈린다. 한화 관계자는 “홍성흔이 사인을 훔쳤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홍성흔, 전준우 같은 타격 자세에선 사인을 훔쳐볼 순 있다. 아마 조 코치가 그런 것을 잘 알기에 신참 포수인 정범모에게 조심시키는 차원에서 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 코치가 “(정)범모야! 천천히 움직여라”라고 소리친 것은 양 팀 공통이다. 즉, 조 코치의 고함은 주로 정범모를 향한 지시였다는 얘기다. 또 다른 한화 관계자는 “조 코치와 홍성흔은 막역한 사이다. 만약 ‘사인 훔친다’는 말을 했다면 그것은 의혹 제기가 아니라 놀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종합하면 한화는 롯데를 자극할 악의가 없었기에 비교적 가볍게 상황을 봤을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어려운 지경에 몰렸던 롯데에 그 야유는 날카롭게 들렸을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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