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에닝요 귀화 추진 독단 독선 독주 3독의 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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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4일 07시 00분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스포츠동아DB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스포츠동아DB
전북 현대 외국인 선수 에닝요(31·브라질)의 특별귀화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축구협회는 이 과정에서 또 한 번 큰 잘못을 저질렀다. 기술위원회와 논의조차 없이 일을 추진했다. 대한체육회에 몬테네그로 출신 라돈치치(29·수원)와 에닝요 모두 특별귀화 추천신청을 했다가 라돈치치의 결격사유를 알고 뒤늦게 철회해 망신을 당했다.

상급단체인 체육회가 에닝요 추천을 거부하자 “체육회 없이 독단적으로 하겠다”고 맞섰다가 역풍을 맞고 슬그머니 재심청구로 돌아섰다.

가장 큰 문제는 여론수렴 과정이 생략됐다는 점이다. 한국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켜 대표에 발탁하는 중요한 문제를 두고 협회는 일반 팬 뿐 아니라 축구인들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듣지 않았다.

축구인들은 외국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 자체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감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우수 선수를 뽑아 대표팀 전력을 향상시키려는 최강희 감독의 뜻을 이해하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핵심문제인 에닝요가 특별귀화를 통해 대표팀에 뽑힐 정도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선수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이다. 에닝요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또 이런 중대사안을 협회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협회는 체육회 부결 판정이 나온 지 하루도 안 돼 재심청구 의사를 드러냈다. 에닝요를 당장 귀화시켜 어떻게든 다음 달 벌어질 월드컵 최종예선 1,2차전에 뛰게 하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최종예선 1,2차전에 에닝요가 뛰어야 한국축구가 살아날 수 있다는 듯 안달하고 있다.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협회는 지금이라도 귀를 열어야 한다. 공청회도 좋고 신뢰성 있는 기관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하는 것도 좋다. 축구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과 축구인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일의 순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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