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방울’치며 골프 배운 그, 눈물의 그린재킷 입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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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홀 연속버디 왓슨, 연장끝 마스터스 우승
“파3콘테스트 1위땐 우승못해” 징크스 안깨져

왓슨은 우승 직후 어머니와 포옹을 나누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 대회에서 20위 이내에 든 적이 없었던 왓슨은 이날 정상에 오르며 상금 144만 달러(약 16억3728만 원)를 챙겼다. 오거스타=EPA 연합뉴스
왓슨은 우승 직후 어머니와 포옹을 나누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 대회에서 20위 이내에 든 적이 없었던 왓슨은 이날 정상에 오르며 상금 144만 달러(약 16억3728만 원)를 챙겼다. 오거스타=EPA 연합뉴스
분홍색 드라이버를 떠난 티샷이 오른쪽으로 심하게 말렸다. 공은 나무에 가려 그린조차 보이지 않는 맨땅에 떨어졌다. 우승을 향한 꿈이 숲 속에서 길을 잃은 듯 보였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왼손잡이인 그는 155야드를 남기고 갭웨지로 의도적인 강한 훅샷을 구사했다. 까마득히 솟구치며 50야드를 오른쪽으로 휘어진 공은 그린에 떨어져 컵 3.5m 앞에 놓였다. 10번홀(파4)에서 열린 두 번째 연장전에서 버바 왓슨(34·미국)은 마법을 건 듯 파를 낚으며 그린재킷을 입었다.

9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57회 마스터스의 주인공은 오랜 불운을 이겨낸 왓슨이었다. 그는 이날 선두에 4타 차까지 뒤졌다가 13∼16번홀에서 4연속 버디를 낚은 데 힘입어 합계 10언더파로 지난해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였던 같은 조인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승리를 알리는 20cm 파 퍼트를 넣은 왓슨은 캐디, 어머니 몰리 씨와 포옹하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지난주 여자 메이저 첫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 4라운드 18번홀에서 30cm 파퍼트에 실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김인경을 떠올리며 신중을 기했다는 게 왓슨의 얘기였다.

독학으로 골프에 입문했고 개인 코치도 없는 왓슨은 소문난 장타자.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평균 313.1야드의 비거리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정확도와 쇼트게임이 나빴던 데다 감정 기복도 심해 PGA투어 데뷔 후 121개 대회 동안 무관에 그치다 2010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올렸다. 그는 올해 8개 대회에서 톱10 진입 4번을 포함해 모두 20위 이내에 들었다. 연장전에서 3연패 끝에 첫 승이자 통산 4승째. 아이언 샷의 정확도가 향상됐고 타이거 우즈도 인정한 창의적인 플레이가 전성기의 비결이다.

왓슨은 2010년 PGA투어 첫 승을 거둔 뒤 4개월 만에 아버지가 식도암으로 세상을 뜨는 아픔을 겪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였던 아버지는 왓슨이 여섯 살 때 골프와 인연을 맺어주고 솔방울을 치게 하며 재미를 느끼게 했다. 우승할 때마다 아버지를 그리며 눈시울을 붉혔던 왓슨은 농구 선수 출신 아내와 결혼한 후 4년 동안 아이가 없다가 13일 전 생후 6주 된 아들을 입양했다. 비록 아내는 아기를 돌보느라 우승 현장을 찾지 못했지만 가족을 떠올린 왓슨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핑크색 드라이버를 쓰는 왓슨은 300야드 넘게 날릴 때마다 스폰서인 핑 골프에서 300달러씩 최대 300번까지 암 환자를 돕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일본 지진 피해와 불우 청소년 돕기에도 수만 달러를 쾌척한 핑크 천사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왓슨이 마스터스를 제패한 날은 마침 현지 날짜로 부활절이었다.

대회 개막에 앞선 파3 콘테스트 우승자인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과 조너선 버드(미국)는 각각 4언더파와 2오버파의 성적으로 공동 8위와 공동 27위에 머물렀다. 이로써 이 이벤트 경연에서 우승한 선수가 그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징크스는 재연됐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아예 이 이벤트에 불참했다. 우즈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나란히 5오버파로 프로 데뷔 후 자신의 마스터스 최악인 공동 41위에 그쳤다. 우승을 노렸던 필 미켈슨(미국)은 4번홀(파3)에서 트리플 보기로 무너지며 공동 3위(8언더파)에 머물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마스터스#마스터스우승#버바왓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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