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이가 최고 아이가!’ ‘아따 (선)동열이가 있는디!’ 영화로까지 제작된 최고 투수의 라이벌 대결, 그리고 2012년 KIA 윤석민과 한화 류현진은 20여년 전 최동원과 선동열이 그랬듯 최고의 자리를 놓고 자존심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여전히 30년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선동열 KIA 감독의 시각은 어떨까. 선 감독은 공의 위력, 구위 자체보다는 마운드 위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마음에서 차이점을 꼽았다.
○26세 윤석민, 30대 중반 베테랑 류현진
올해 윤석민은 26세, 류현진은 스물다섯 살이다. 앞선 세대 최동원-선동열이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중반 프로에 뛰어들었다면 모두 고교 졸업 후 10대 때 프로선수가 됐고 젊은 나이에 연이어 최고 자리에 섰다. 선 감독은 최고 투수 2명을 비교하며 마운드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을 설명했다. “류현진이 마운드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무슨 30대 중반 베테랑 같다. 산전수전 다 격어 어떤 것에도 쉽게 흔들릴 것 같지 않은 그런 느낌을 풍긴다”며 “그렇기 때문에 좋지 않을 때도 마운드 위에서 버틴다. 그만큼 자기 컨트롤이 좋고 긍정적인 마음이 느껴진다. 반면 윤석민은 자기 나이 그대로다. 안 좋을 때는 급격히 무너진다. 그래서 좋을 때와 나쁠 때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두 투수에 대해 말하던 선 감독은 이어 최고 투수의 마음가짐에 대해 설명했다. “0-1 완투패를 당해도 1점을 내준 자신을 탓해야 좋은 투수다. 야수가 실책을 해도 삼진으로 잡지 못한 투수의 책임이다.”
○최고를 향한 윤석민의 진화
그러나 선 감독의 바람대로 윤석민은 진화하고 있었다. 17일 SK와 시범경기에 등판한 윤석민은 4이닝 동안 안타 6개와 몸 맞는 볼 1개로 4실점했다. 기록상으로는 좋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윤석민은 이날 투구를 통해 매우 중요한 한 가지를 확인했다. 이날 윤석민이 허용한 6안타는 대부분 빗맞은 타구였다. 그러나 윤석민은 자신의 체인지업이 SK 타자들에게 자주 공략 당하자 오히려 체인지업을 더 던져 점검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윤석민은 “혹시 체인지업을 던질 때 투구습관이 노출된 것일 수도 있어 그 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범경기를 100% 활용하는 영리한 에이스의 모습이었다. 선 감독은 “결과와 관계없이 일본 연습경기보다 공 자체는 더 좋아졌다. 그동안 지난해보다 투구 때 팔의 각도가 내려왔는데 조금씩 끌어올리면서 자신의 폼을 되찾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