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 “난 그라운드 무대에 선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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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8일 07시 00분


울산 김신욱이 6일 베이징궈안과 AFC챔스리그 예선 1차전에서 첫 골을 넣은 뒤 카메라 앞에서 엄지 키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울산 김신욱이 6일 베이징궈안과 AFC챔스리그 예선 1차전에서 첫 골을 넣은 뒤 카메라 앞에서 엄지 키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팬이 감동 받을 때까지 자신을 채찍질
샬케04 라울과 설기현 선배가 롤모델
꿈은 브라질서 기도 세리머니 한번 더


프로 4년차. 경험과 관록이 쌓여가고 있다. 현재 공식 프로필 신장은 196cm. 하지만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아 최근 0.7cm가 자랐다. 울산 현대 공격수 김신욱(24·사진) 얘기다. 머리만 쓰는 ‘반쪽 짜리’ 선수가 아닌 발까지 두루 쓰는 장신 폭격기로 명성을 더해가고 있다.

6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렸던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예선 1차전에서도 김신욱은 ‘킬러 본능’을 발휘하며 울산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포항과 K리그 개막전(1-0 울산 승)에서도 오른발 결승골을 뽑아 기분 좋은 출발을 했었다.

그의 끊임없는 성장 비결은 배움에 대한 열망과 연구하는 자세에 있었다. 7일 전화통화에서 김신욱은 자신의 롤 모델로 스페인 축구영웅 라울 곤잘레스(샬케04)를 꼽았다.

“신장만 놓고 보면 리버풀 공격수 앤디 캐롤(191cm)도 대단하지만 ‘골 맛’을 볼 줄 아는 선수로는 라울만한 이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냥 명성 때문만은 아니다. 어떻게 공격을 풀어가야 할지 알고 있다. 라울의 플레이를 보며 최대한 따라하려고 한다. 국내에서는 작년까지 함께 뛴 설기현(인천) 선배를 보고 많이 배웠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프로 마인드도 갖췄다. 스스로를 ‘연극배우’라고 했다. 축구 선수도 그라운드라는 무대에서 일종의 연기를 펼친다는 것. 최상의 연기를 목표로 관객들을 웃고, 울리게 하는 배우처럼 자신도 팬들에 감동을 안겨야한다는 생각이다. 베이징전에서 평소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골 세리머니를 펼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당시 김신욱은 방송 카메라로 달려가 엄지로 키스하는 모션을 취하는 쇼맨십을 발휘했다.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될 때까지 채찍질을 한다. 아무래도 막내 축에 속하다보니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덜하지만 제대로 안되면 내가 참을 수 없다. 할 수 있는 최고 연기로 돈을 내고 관전하는 분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게 내 신조다.”

그는 A매치 데뷔 골을 빨리 터뜨리고 싶다고 했다. 지난 달 우즈베키스탄 평가전과 쿠웨이트와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 직전 김신욱은 “골 세리머니는 준비됐다. 빨리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아쉽게도 원한 결과는 내지 못했지만 그의 역할은 100% 발휘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단계를 밟아갈 뿐이다. 늘 꾸준하다면 자리는 있다고 믿는다. 2014년 브라질에서 기도 세리머니를 펼치는 게 목표다. 기대해도 좋다.”

울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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