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이동국, 스승의 믿음에 골로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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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일 07시 00분


이근호(왼쪽 두 번째)가 29일 쿠웨이트와 경기에서 추가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껴안으며 환호하고 있다.상암|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이근호(왼쪽 두 번째)가 29일 쿠웨이트와 경기에서 추가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껴안으며 환호하고 있다.상암|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답답했던 공방전, 종지부 찍는 결승골
월드컵 불운 털고 최종예선 진출 선봉
자신 믿어준 최강희감독에 골로 화답


수비수는 9번 잘 하다가도 1번 실수해 골을 내주면 역적이 된다. 반대로 공격수는 9번의 찬스를 놓치고 1번의 찬스를 살리면 영웅이 된다. 이게 숙명이다.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쿠웨이트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B조 최종전 영웅은 ‘라이언 킹’ 이동국(33·전북 현대)이었다. 이동국은 후반 20분 강력한 왼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그 전까지 답답했던 흐름을 한 번에 바꿔버린 천금같은 한 방이었다. 자신을 믿어준 최강희 감독에게 최종예선 티켓을 선물하며 은혜에 보답했다. 한국은 후반 26분 이근호(울산)의 추가골까지 묶어 2-0 승리를 거두고 4승1무1패(승점 13), 조 1위로 최종예선에 올랐다. C조 일본이 이날 우즈베키스탄과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면서 한국은 최종예선 조 추첨에서 호주와 함께 톱시드를 받게 됐다.



○최강희의 믿음에 이동국 날다

이동국은 전임 허정무, 조광래 감독 시절 중용 받지 못했다. 2010남아공월드컵 때는 두 차례 교체 출전이 전부였다. 조광래 감독에게도 몇 차례 부름을 받았지만 오히려 상처만 받고 돌아왔다.

신임 최강희 감독은 달랐다. “국내에 이동국 만한 공격수가 없다”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이동국이 대표팀에서는 K리그만큼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질문에 최 감독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잘라 말했다.

최 감독의 믿음이 이동국의 결승골을 이끌어 냈다.

사실 이날 전반에 이동국의 몸놀림은 썩 좋지 못했다.

이동국은 볼 컨트롤에서 몇 차례 실수를 범하며 공격 흐름을 끊었다. 박주영(아스널)과 이근호(울산), 한상운(성남) 등 공격진과 호흡도 원활하지 않았다. 전반 28분 이동국이 볼을 잡아 돌아서며 한상운에게 기가 막힌 스루 패스를 연결했지만 한상운 슛이 빗나갔다. 전체적으로 한국 경기가 꼬이면서 이동국에게 찬스가 오지 않았다. 관중석에서는 환호 대신 연이어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최 감독은 이동국을 교체하지 않았다. 후반에 한상운 대신 김신욱(울산)이 투입되며 이동국-김신욱의 투톱 체제가 가동됐다. 얼마 뒤 골이 터졌다. 이동국이 오른쪽 측면으로 돌아들어가던 이근호에게 볼을 내줬다. 이근호가 낮게 올린 볼이 김신욱을 지나치자 이동국이 이를 잡아 문전 앞에서 침착하게 왼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골을 터뜨린 이동국은 터치라인 쪽으로 달려가 포효했다. 그대로 그라운드에 벌렁 누워 감격을 만끽했다.

이동국은 A매치 88경기 28골로 허정무 인천 감독(84경기 29골), 김도훈 성남 코치(72경기 29골), 최순호 서울 미래기획단장(95경기 30골)의 기록경신도 눈앞에 두고 있다.

상암|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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