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데뷔 5개 대회 만에 첫 승의 기쁨을 누린 존 허는 “아직 우승이 실감나지 않는다. 출전권 걱정을 당분간 안 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27일 끝난 마야코바클래식에서 8차 연장전 끝에 승리를 확정한 뒤 캐디 지키 살라스(왼쪽)와 포옹하는 존 허. 골프위크 홈페이지
“호텔 근처에서 샌드위치, 치킨 등으로 간단히 먹고 있어요. 일찍 들어가 쉬려고요.”
거나한 우승 뒤풀이를 떠올렸던 기자의 예상은 어긋났다. 하긴 안 먹어도 배부를 만했으니 메뉴가 뭐 그리 중요했으랴. 27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야코바클래식에서 우승한 재미교포 존 허(22)였다. 그는 멕시코에서 대회를 마친 뒤 이번 주 혼다클래식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 주로 이동해 28일 로스앤젤레스 집에서 날아온 부모님, 형과 재회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존 허의 목소리는 유난히 천진난만하게 들렸다. 데니스라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모처럼 온 가족과 저녁을 들고 있다고 했다. “부모님 얼굴을 뵙는데 코끝이 찡하더라고요. 오랫동안 껴안아 드렸어요. 이제 시드 걱정 안 해도 되고 정말 좋아요.”
올 시즌 신인이라 출전 순번이 밀려 큰 대회에는 결원이 생겨야 겨우 뛸 수 있었던 존 허는 이번 우승으로 올해 대부분의 대회에서 뛸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터 2년 출전권도 확보했다. ‘제5의 메이저’라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의 출전 자격도 따냈다. 세계 랭킹은 지난주보다 130계단 오른 137위까지 점프했다.
“아직도 내가 우승을 한 건지 실감나지 않아요. 목표를 너무 빨리 이뤄 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다시 집중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생각을 정리해 봐야죠.”
올 시즌 5개 대회 만에 우승한 데 대해 그는 “운이 많이 따랐다. 드라이버가 정확했던 덕분이다. 늘 3퍼트만은 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는데 퍼터도 말을 잘 듣고 있다”고 말했다.
8차 연장까지 가는 격전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긴장의 연속이었죠. 물도 자주 마시며 가슴을 진정시켰죠. 6차 연장전에서 50cm 정도 되는 버디 퍼트를 놓쳤을 땐 창피스럽더라고요.”
존 허는 “고생 끝에 낙이 왔다. 힘든 시기를 견뎌냈기에 오늘의 영광이 온 것 같다. 지하철 타고 다니며 골프연습장 다닌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투어에서 뛸 때 연습라운드 한 번 하려고 2∼3시간씩 기다리다 결국 못하고 돌아간 적도 있었다. 주말골퍼 틈에 끼어 해야 했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고 싶어도 못할 때가 가장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집안이 어려워 순댓국만 먹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과 다르다. 순댓국도 먹긴 했지만 고기도 많이 먹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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