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축구 김인성, 러 명문 ‘모스크바’ 깜짝 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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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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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리그 강릉시청 노력파해외진출시도 집념의 성공

빠른 발 하나로 인생 역전을 이뤘다. 대학을 중퇴하고 프로축구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한 김인성이 러시아 프로축구의 명문 CSKA 모스크바에 입단한 뒤 유니폼을 입고 각오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스포티즌 제공
빠른 발 하나로 인생 역전을 이뤘다. 대학을 중퇴하고 프로축구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한 김인성이 러시아 프로축구의 명문 CSKA 모스크바에 입단한 뒤 유니폼을 입고 각오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스포티즌 제공
꿈을 품고 노력하는 자는 결국 그 꿈을 닮아 간다고 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해외 진출이란 꿈을 위해 땀 흘린 김인성(23)이 러시아 프로축구의 명문 CSKA 모스크바에 입단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보인고를 거쳐 성균관대에 입학한 김인성은 2010년 대학을 중퇴하고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나섰지만 어느 팀도 지목하지 않았다. 프로를 징검다리 삼아 해외로 진출하려던 계획이 시작부터 큰 벽에 부닥쳤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바로 유럽 리그와 일본 J리그에 노크했지만 역시 반응이 없었다. 좌절의 연속. 그러나 그는 더 큰 꿈을 꿨다. 뛸 수만 있다면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며 강릉시청을 찾았다. 뜻밖에 박문영 강릉시청 감독은 “우리 팀을 네 꿈을 이룰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도 좋다. 열심히 해라”고 했고 다시 희망을 불태웠다. 박 감독은 김인성과의 첫 만남에 대해 “스피드가 아주 좋았다. 100m를 11초에 주파하는 선수를 왜 프로에서 눈여겨보지 않았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그를 K리그 팀들은 알아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절치부심해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에 나선 김인성은 더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박 감독은 그를 ‘꿈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노력파’로 평가했다. 오른쪽 공격수인 그는 매 경기 다양한 기술을 시험했다. 감독이 그만하면 됐다고 말해도 매번 새로운 시도를 했고 수비수 한 명을 더 제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다. 그는 지난해 25경기에 출전해 4득점 3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후기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인성은 지난해 말 박 감독에게 “꼭 잘돼서 돌아오겠습니다”라고 해외 진출 재도전 의사를 밝힌 뒤 짐을 꾸려 비행기에 올랐다. 11월 모스크바의 1차 테스트에 합격했고 1월 초 리저브팀과 훈련했다. 다시 1군과 스페인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3단계나 거치는 피 말리는 테스트였지만 김인성은 매 순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줬다. 마침내 지난달 31일 모스크바의 최종 낙점을 받았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모스크바 감독은 “김인성이 왜 K리그에서도 뛰지 못했고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극찬했다.

모스크바는 1911년 창단해 러시아 리그 통산 10회 우승, 2005년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차지한 명문. K리그에서 잘나가는 선수도 들어가기 어려운 팀에 ‘무명’ 김인성이 입단해 2010년 먼저 둥지를 튼 일본의 축구 스타 혼다 게이스케(26)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일약 인생역전을 이룬 김인성에게 곧바로 또 다른 기회가 왔다. ‘꿈의 무대’인 UEFA 챔피언스리그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모스크바는 갓 뽑은 신예인 그를 22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의 16강전 출전선수 명단 25명에 포함시켰다. 실제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꿋꿋하게 흔들리지 않고 꿈을 좇은 그에게는 분명 더 높은 곳을 향한 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김인성#모스크바#실업축구#CS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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