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수, 눈물의 생애 첫 골든글러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1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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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SETEC) 열린 2011년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호명된 이대수(30·한화)는 수상 소감을 말하던 도중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부모님 이야기를 할 때는 울컥하며 눈물까지 쏟았다.

굴곡진 그의 야구 인생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다. 정확히 10년 전 그는 고향인 전북 신시도로 돌아가는 배 위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았다. 신시도는 군산에서 배를 타고 1시간이나 들어가야 되는 작은 섬이다.

1999년 졸업 후 지명을 받지 못했던 그는 2000년 쌍방울에 연습생으로 들어갔다. 2001년 쌍방울이 SK로 인수됐지만 정식 신고 선수가 아니었던 그는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동안 해온 야구가 아까워서, 힘든 김 양식을 해서 그를 뒷바라지 했던 부모님께 미안해서 신시도로 가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3주 후에야 SK에서 연락이 왔다. 연봉 1500만 원짜리 정식 신고 선수로 들어갔다. 주전의 문턱은 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2006년 김민재가 한화로 이적하면서 처음 주전이 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07년 김성근 감독 부임 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다 나주환과 1대 1 트레이드가 돼 두산으로 이적했다. 당시 두산은 주전 유격수 손시헌의 군 입대로 유격수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렇지만 2년 뒤 손시헌이 돌아오자 그는 또 다시 설 자리가 없었다. 결과는 2009년 시즌 말 한화로의 트레이드였다.

프로 10년 차이던 올해 그는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폭발했다. 122경기에 출장하며 유격수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3할 타율(0.301)을 기록했고 8홈런과 50타점을 올렸다. 이대수는 이날 기자단 투표에서 127표를 받아 111표를 얻은 삼성 김상수를 제치고 감격적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대수는 "10년 전 생각했던 꿈을 오늘 이 자리에서 이뤘다. 오늘 이후엔 더 높은 꿈을 향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는 방출을 당했다가 홈런왕에 오른 삼성 외야수 최형우, 2007년 최다패 투수에서 투수 4관왕에 오른 KIA 윤석민 등 사연 많은 선수들이 생애 처음으로 황금장갑을 꼈다. 손아섭(롯데), 안치홍(KIA), 최정(SK)을 포함해 총 6명이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일본 오릭스 입단이 확정된 이대호(전 롯데)는 4번째, 홍성흔(롯데)은 지명타자 부분 4년 연속을 포함해 6번째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반면 LG와 두산, 넥센 등 서울 연고 3개 구단은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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