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Interview]문성민 “술보다 음악·독서·사우나 마니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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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6일 07시 00분


현대캐피탈 문성민은 국내 최고의 배구 스타다. 하지만 4월 왼발 수술로 5개 월 가량의 공백기를 가졌고, 올 시즌 초반 제대로 뛰지 못했다. 팀도 추락했다. 최근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고 있다. 팀도 덩달아 살아났다. 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 문성민은 국내 최고의 배구 스타다. 하지만 4월 왼발 수술로 5개 월 가량의 공백기를 가졌고, 올 시즌 초반 제대로 뛰지 못했다. 팀도 추락했다. 최근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고 있다. 팀도 덩달아 살아났다. 스포츠동아DB
■ 돌아온 해결사 문성민, 코트 밖 그를 만나다

음악 듣고 책보는 걸 좋아하는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쉬는 날엔 사우나와 커피가 친구다
하지만, 경기장만 들어서면 180도로 돌변하는 승부사
5개월간의 부상·재활을 끝내고 그가 돌아왔다

동료들과 하나가 되어 펼치는 투혼
코트에선 투사, 코트 밖에선 부드러운 남자
이 겨울, 그의 매력에 팬들이 빠진다


“빨리 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지난 시즌 말 현대캐피탈 문성민(25)은 경기 도중 왼쪽 발에 부상을 입었다. 처음에는 경기를 못할 정도의 부상은 아니었지만, 아픈 상태로 경기를 지속하다가 결국 시즌 종료 후 수술을 받게 됐다. 4월 수술 이후 8월초까지 훈련을 전혀 할 수 없었다.

5개월가량 훈련을 전혀 못하자 몸의 근육이 빠져나갔고, 동시에 또 하나의 문제가 발견됐다. 그동안 근육의 힘으로 버텨오던 어깨 연골 손상이 발견된 것이다. 수술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없을 정도의 부상이었다.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재활훈련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올 시즌 1라운드에 나서기에는 재활 기간이 너무 짧았다.

10월23일 드림식스와의 홈 개막전에 나섰지만 1득점에 그쳤다.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는 다시 한번 이를 악다물었다. 타고난 성실함으로 재활에 매달렸고, 2라운드가 시작되고 나서야 서서히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20일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진가가 발휘됐다. 23득점을 올렸고, 삼성화재에 시즌 첫 패배를 안긴 주인공이 됐다. 이어 24일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도 고비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팀에 3-0 완승을 안겼다.

● 달라진 문성민 팀 분위기 쇄신에 한 몫

문성민은 부상 후 내내 “빨리 경기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문성민은 “몸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팀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2경기 연속 승리하면서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 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문성민은 프로배구 V리그를 대표하는 톱스타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스타의식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스타라고 우쭐대지도 않는다. 최근에는 또 하나의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이전까지는 자기 플레이에만 집중했다면 올 시즌부터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팀 전체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팀에 더욱 더 융화되려는 노력이 문성민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

● 소름끼칠 정도의 승부욕

“짧은 머리가 편해요.” 문성민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특별히 신경 쓸 일도 없고, 시즌 중에는 이게 가장 편하다고 했다.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경기가 끝나면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는 게 전부다. 쉬는 날에도 동료들과 사우나에 가거나 숙소 근처 커피숍 정도를 들를 뿐이다. 무뚝뚝하고 심플한 전형적인 경상도(부산) 사나이다. 하지만 막상 경기장으로 들어서면 180도 돌변한다. 현대캐피탈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의 경기장면을 400mm 망원 렌즈로 촬영하는데, 문성민의 사진을 보면 경기가 잘 되든 안 되든 굉장히 집중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떨 땐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했다. 문성민은 “주 공격수라면 정확하지 않은 볼도 포인트로 연결하는 능력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집중해서 그런 볼을 처리하려고 하다보니 그런 표정이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 김호철 감독이 본 문성민

김호철 현대캐피탈 총감독은 “성민이는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조용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몸을 사리지 않고 정말로 열심히 한다. 스타 기질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타고난 부분도 있지만 굉장히 노력하는 선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 감독은 문성민을 두고 “배구에 가장 적합한 몸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빠른 발과 빠른 스윙을 가지고 있다. 파괴력보다는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배구에 가장 알맞은 몸을 가지고 있어, 스피드가 있고 빠른 공격을 할 수 있다. 부상에서 회복된다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문성민을 지지해주고 있는 것은 노력과 정신력이다.

몸 상태가 올라오긴 했지만, 어쨌든 부상을 안고 경기를 하고 있다. 몸을 사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순간순간 부상에 대한 불안감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문성민은 “현재로서는 연습량을 올리는 것과 순간 순간의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서 근육의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몸 상태보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 날 닮고 싶어 하는 후배 보고 싶어


문성민은 “내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배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배구 실력 뿐 만아니라 개인 생활에서도 닮고 싶은 배구 선수가 되는 것, 그것이 문성민이 배구로 이루고 싶은 목표다. 그래서 스스로를 절제한다. 남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봐야할 듯 하다.

요즘 문성민이 가슴에 품은 또 하나는 목표는 올림픽 출전이다.

그는 “정말 한 번 나가보고 싶다. 야구처럼 올림픽과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배구의 인기도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세계의 배구 강국들과 비교해보면 신장과 체력조건에서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기를 좀 더 충실하게 다진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성민의 부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Who is Moon Sung Min?


● 생년월일: 1986년 8월14일
● 신장/체중: 198cm/85kg
● 포지션: 레프트
● 출신교: 동성고-경기대
● 입단연도: 2008∼2009시즌 1R 1순위
● 경력
- 프리드리히 샤펜(2008, 독일)
- 할크 방크(2009, 터키)
- KEPCO45(2010)-현대캐피탈(2010∼)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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