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SK 감독 “온갖 욕 먹으며 평생의 꿈 이뤄”

스포츠동아 입력 2011-11-02 07:00수정 2011-1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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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만수 감독대행은 포스트시즌을 통해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고, 1일 SK의 4대 감독으로 정식 선임됐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뒤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이 감독의 모습. 동갑내기 아내 이신화 씨의 헌신적인 내조가 그 ‘성공시대’에 밑거름이 됐다. 스포츠동아DB
■ 부인 이신화씨가 말하는 이만수 감독

대학시절 진실돼 보이는 마음에 끌려
은퇴 후 돌연 미국행 땐 당황스러워
좋은 소리 듣고 야구밖에 몰랐던 남편
3년 10억원 사인한 날 기쁨 같이 나눠


SK 이만수 감독대행(53)이 1일 SK 감독으로 정식 선임됐다. 초대감독 강병철∼조범현∼김성근에 이어 제 4대 감독이다. 이 대행은 1일 SK 신영철 사장, 민경삼 단장과 회동해 SK 감독직을 맡는데 최종 합의했고, 도장을 찍었다. 계약 기간은 3년으로 확정됐다. 계약금, 연봉은 2억 5000만원씩 총액 10억원이다. 취임식은 3일 서울 SK T타워에서 열린다.

야구인 이만수는 야구, 교회, 가족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이런 단순한 삶의 미학은 이만수를 프로야구 30년 레전드 올스타 1위로, 감독대행 신분으로서 SK를 한국시리즈(KS)로 끌어올린 원동력이었다. 이 감독의 동갑내기 부인 이신화 씨는 단순히 뒷바라지를 해주는 차원을 넘어 야구인생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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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31일 KS 5차전을 보지 않았다. 8월18일 전임감독의 돌연 경질로 갑작스레 감독대행이 된 이후 제대로 야구를 봤던 기억이 없다. SK 야구경기가 열리는 시간에는 집 주변 송도 공원을 산책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두 아들 하종, 예종 군은 TV를 틀어놓고 야구를 보고 싶어 하지만 생중계는 못 보게 한다.

가슴이 떨리고, 안타까워서다. 산책을 나간 사이에 결과가 나오면 아들에게서 보고를 받는다. 이긴 경기만 나중에 하이라이트를 돌려본다. 이 감독의 ‘광속항의’도 아들에게 들어 안다. 이 씨는 야구를 30년 넘게 봐 왔지만 야구장에는 원칙적으로 가지 않는다. 동고동락의 시간을 거쳐 확고한 신념 같은 것이 하나 생겼는데 “야구인의 부인은 가급적 야구를 모르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KS 5차전 패배가 확정되자 잠실구장의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수고했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 한마디면 이심전심이었다. 1978년 한양대 재학 시절, 남편을 만난 이후로 올해만큼 많이, 남몰래 울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한양대 재학 시절, 취미로 테니스를 쳤다. 친구 따라 테니스를 배우러 갔을 때였는데 마침 교사가 이 대행의 동생이었다. 그 소개로 한양대 야구선수 이만수를 만났는데 야구를 전혀 몰랐던 이 씨는 그렇게 유명한 선수인지 정작 몰랐다. 이 씨는 “내 눈에는 외모도 괜찮았다.(웃음) 무엇보다 사람이 진실돼 보였는데 지금도 그 마음에 변함없다”라고 남편을 평가했다.

5년간의 열애를 거쳐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가을에 결혼을 했다. 슈퍼스타인 야구선수를 남편으로 둬서 주변에서는 다 행복한 줄만 알았지만 힘들었던 순간이 왜 없었을까. 그러나 남편이 삼성에서 은퇴한 뒤, 돌연 미국으로 연수를 떠날 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던 나날이었다. 이 씨는 “당황스러웠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10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2007년 SK 와이번스 수석코치로 귀국했다. 남편이 힘든 것이 뻔히 보여도 곁에서 아무 내색하지 않는 일상이 계속됐다. 그러다 운명의 8월18일이 왔다. 평생 좋은 소리만 들어왔던, 야구밖에 몰랐던 남편이, 온갖 욕을 먹었다. 인터넷 댓글을 읽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럴수록 평상시처럼 처신하려 애썼다. 밥심으로 버티는 남편을 위해 요리에 더 신경을 썼다. 해줄 것은 그것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진 인고의 시간이었다.

가시밭길을 걸어 나온 남편은 1일 정식 감독이 됐다. 평생의 꿈이 이뤄진 날이다. 계약서에 사인한 이 대행은 바로 집으로 왔다. 부부는 그 기쁨을 같이 나눴다. 이 감독이 정식감독이 됐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야구는 남편의 꿈이다. 이 씨는 그 꿈을 같이 꾸는 것을 인생의 주어진 사명이라고 믿는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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