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50km 경보 한국기록 박칠성 “경보 세계 7위요? 난, 만족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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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0일 07시 00분


처음엔 오리걸음 창피 남몰래 훈련도‘칠성’이름처럼 이젠 이룰 일만 남았죠

박칠성. 스포츠동아 DB.
박칠성. 스포츠동아 DB.
4일 막을 내린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는 총 47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었다. 남자가 총24종목, 여자가 총23종목이었다. 여전히 금녀의 장막이 존재하는 유일한 종목은 바로 50km경보다. 남자50km경보는 육상종목 가운데 가장 먼 거리에서 펼쳐지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다.

‘10개 종목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 한국육상은 이번 대회에서 단 2개 종목에서만 한 자릿수 순위를 기록했다. 그 2종목은 남자20km·50km경보였다.

3일, 50km경보에 출전한 박칠성(29·국군체육부대)은 7위를 차지하며, 한국기록(3시간47분13초)까지 작성했다. 극한의 레이스를 펼친 지 만 하루가 지난 4일, 박칠성을 만났다.

○우물 안 개구리? 나의 시야는 세계를 향한다

몸속 깊은 곳에서는 역한 기운이 올라왔다. 정신도 혼미해질 시점이었다. ‘제발 빨리 끝이 났으면….’ 그 때였다. “아빠! 힘내”, “여보! 얼마 안 남았어.” 어디에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돌려볼 겨를도 없이 가족들의 목소리는 멀어져 갔다. ‘아…. 내 아들 순남(3) 내 딸 율하(2)가 보고 있구나.’ 결승선을 통과하고 기록을 확인했다. 한국기록을 깼다는 사실이 톱10 진입보다 더 기뻤다.

“육상은 기록경기잖아요. 하지만 그 간 기록이 아니라 순위싸움을 해 왔던 것 같아요. 세계와의 격차는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우물 안 개구리의 시야는 좁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한국의 남자성인 경보선수는 10여명 남짓. 그나마 50km는 국내대회가 없다. 그래서 1년이면 3∼4차례 외국대회에 출전하는 것으로 실전감각을 가다듬었다. 역설적으로, 한국경보는 이 과정 속에서 국제적인 흐름과 밀착될 수 있었다. 타 종목과는 달리 이들의 꿈은 항상 세계를 향한다. 연말 제대와 함께 삼성전자육상단으로 복귀하는 박칠성은 “이제는 세계무대 메달권 진입이 목표”라고 했다.

○칠성(七成)이라는 이름처럼, 이룰 일만 남았다

박칠성의 고향은 전남 영암. 아버지 어머니는 여전히 그곳에서 벼농사며, 고추농사를 짓는다. “아버지께서는 여전히 ‘운동해서 먹고 살수나 있냐?’며 핀잔을 하세요. 하지만 아들이 워낙 힘든 직업을 갖고 있어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알고 있지요. 제 경기가 열리면 꼭 달려오시거든요. 이번에도 대구에서 경기를 보셨어요.” 원래 중장거리 선수였던 박칠성은 고2때 경보로 전향했다.

처음에는 ‘엉덩이를 씰룩씰룩 거리는 오리걸음’이 창피해 여자선수들이 없는 곳에서 몰래 땀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새 한국육상의 대들보가 됐다. “주변에서 다들 그래요. 촌놈이 출세했대요.”

추석을 앞둔 박칠성은 영암으로 귀성길에 올랐다. 금의환향이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축하의 자리도 예정돼 있다. “제가 7월7일에 태어났어요.(호적상으로는 7월8일) 일생에서 7가지를 이루라고 칠성(七成)이라고 지으셨대요. 장가를 잘 갔으니 일단 한 가지는 이뤘고요, 이제 6번 성공할 일만 남았죠.” 그 중에는 당연히 2012런던올림픽도 포함돼 있다. 한가위의 커다란 보름달을 바라보며, 박칠성은 1년 뒤 그가 품을 메달을 떠올릴지도 모를 일이다.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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