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구육상]200m 전체 1위로 결선 오른 르메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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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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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볼트 “붙어보자 번개 볼트”

대구=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대구=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사람치고는 너무 순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파란 눈빛은 ‘육상’ 이야기만 나오면 180도 달라졌다. 조곤조곤한 말투로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모습에서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느끼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100m 41보… 볼트와 맞먹어

백인 최초로 육상 남자 100m의 10초 벽을 깬 크리스토프 르메트르(21·189cm·프랑스·사진)가 2일 대구 선수촌에서 동아일보와 만났다. 대구 입성 후 국내 언론과의 첫 인터뷰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한국 팬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연습이나 경기 때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르메트르는 지난해 7월 프랑스 선수권에서 백인 최초로 9초대(9초98)에 진입했다. 인류가 처음 10초 벽을 깬 지 42년 만이다. 그는 현재 9초92까지 기록을 단축했다. 황인종 최고 기록은 1998년 이토 고지(일본)가 세운 10초F.

2일 오전 200m 예선을 조 1위(20초51)로 가볍게 통과한 뒤 선수촌에 돌아온 르메트르는 “한국에 온 뒤 컨디션이 정말 좋다. 대회 초반보다 날씨가 더워져 기록을 내기에도 최적의 환경이다”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오후 8시경 열린 준결선에서도 20초17을 찍고 전체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르메트르는 지난달 28일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실격당한 가운데 치러진 100m 결선에서 10초19로 4위에 올랐다. 특히 결선 진출자 중 가장 적은 41보 만에 결승선을 끊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볼트가 평소 41∼42보에 100m를 주파하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적인 수준의 보폭(스트라이드)을 지닌 것이다.

○ 400m 계주서도 메달 가능성

르메트르는 볼트와의 대결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나는 모든 면에서 볼트의 수준에 이르기 위해 노력해왔고 격차를 많이 줄였다”며 “200m와 400m계주에서 그와 당당히 겨뤄보고 싶다. 이길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폭이 큰 르메트르가 100m보다는 200m에서 볼트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해왔다. 르메트르는 “나 역시 100m보다는 200m에서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바통 터치만 잘되면 400m계주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볼트의 100m 실격 사건을 계기로 논란이 된 부정 출발 규정에 대해선 찬성 의견을 보였다. 그는 “한 번의 실수가 바로 실격으로 이어지는 매우 어려운 규정임에 틀림없다”며 “하지만 집중하고 있기에 규정이 날 전혀 괴롭히지 않는다. 나는 1회 부정 출발을 봐줬던 과거보다 현재의 룰이 좋다. 다른 선수를 동요시켜 이익을 얻으려는 선수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르메트르는 “지난달 17일 세상을 떠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장대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 피에르 퀴농을 기리는 검은 리본을 달고 경기에 나설 것이다”라며 “처음 10초 벽을 깼을 때처럼 집중해서 메달을 따 퀴농에게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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