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쿨~한 류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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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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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 없었다면 우승했겠지만 고의는 아니었을 것”… 오히려 로블레스 위로

“방해가 없었다면 우승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게 바로 경기니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10m허들에서 옆 레인의 다이론 로블레스(쿠바)의 반칙으로 아깝게 우승을 놓친 중국의 육상 영웅 류샹(28·사진)이 대인배다운 발언으로 13억 중국인을 또 한번 감동시켰다. 그는 29일 결선 막판 선두로 나서려는 순간 로블레스와 팔이 부딪치며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1위 로블레스가 경기 방해 판정으로 실격되면서 2위에 올랐다.

류샹은 기자회견에서 오히려 로블레스를 위로했다. “로블레스는 경기장 밖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데 금메달이 취소돼 안타깝다. 마지막 두 번의 허들을 넘는 동안 로블레스와 두 번 부딪쳐 중심을 잃었고 발뒤꿈치가 허들에 걸렸다. 하지만 경기 중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로블레스도 고의는 아니었다.”

중국 신화통신은 “심판 재량에 따라 실격 선수를 빼고 재경기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류샹은 “(재경기에서) 결과가 바뀐다면 다른 선수들에게 공평하지 못한 게 될 것이다. 경기는 경기일 뿐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류샹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12초91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단거리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아시아인이 매우 빠르게 뛸 수 있음을 전 세계에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해 중국의 문화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류샹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그가 부상으로 기권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큰 상처로 남았다. 그가 110m허들 예선에서 스타팅라인에 섰다가 경기를 포기하고 트랙 밖으로 걸어 나올 때 6만여 관중으로 가득 찬 베이징 국립경기장은 침묵에 빠졌다. 기자회견에서 코치는 류샹이 몇 년간 오른쪽 아킬레스힘줄 부상에 힘겨워했음을 밝혔고 중국 전체가 슬픔에 빠졌다. 그러나 류샹은 런던 올림픽 때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 사이 13개월간 부상 치료에 매달렸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은 그의 재기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 무대였다.

그는 ‘금메달을 따지 못해 유감이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 목표였던 메달을 달성했다”고 답했다. 이어 “내년에는 13초 이내로 달릴 자신이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 우승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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