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 후커·베켈레…대구는 왕별들의 무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31일 07시 00분


‘인간새’ 후커 예선탈락…일찌감치 짐 싸
베켈레·올리버·오후루구는 노메달 굴욕
블레이크 100m 깜짝 우승…영웅 급부상
장대높이뛰기 보이체호프스키 스타 도약

2년마다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올해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제13회 대회는 내년 런던올림픽을 앞둔 전초전 성격의 무대여서 세계육상계의 판도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다. 몇몇 슈퍼스타들이 이런저런 사정을 들어 불참했어도 출전선수들과 국가들이 유난히 순위와 성적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희비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이제 중반으로 접어든 이번 대회를 통해 뜬 별과 지는 별의 명암을 들여다봤다.

○혜성처럼 나타난 새 얼굴들

남자 100m의 요한 블레이크(22·자메이카)는 개막과 동시에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회 2일째였던 28일 열린 100m 결승에서 세계기록(9초58) 보유자이자 현역 세계챔피언이던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부정출발로 실격당한 뒤 치러진 레이스에서 9초92로 우승해 샛별의 탄생을 알렸다. 볼트의 실격이 블레이크의 우승에 도움이 됐음은 자명하지만 블레이크가 큰 타이틀을 계기로 잠재력을 꽃피울 수도 있어 향후 남자 100m의 구도가 흥미진진해졌다.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파벨 보이체호프스키(22·폴라드)와 남자 110m 허들의 제이슨 리처드슨(25·미국), 여자 400m의 아만틀 몬트쇼(28·보츠와나)도 이변을 연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까지 5m60밖에 넘지 못했던 보이체호프스키는 이번 대회에서 5m90을 넘어 금메달을 따내며 무명에서 일약 스타로 도약했다.

리처드슨은 29일 벌어진 남자 110m 허들 결승에서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가 1위로 골인하고도 파울로 실격 당하는 바람에 은에서 금으로 메달 색깔이 바뀌는 행운을 누렸지만 아직 성장속도가 무궁무진한 신예임을 고려하면 새로운 허들 황제의 등극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츠와나에 세계선수권대회 첫 금메달을 안긴 몬트쇼도 향후 여자 400m의 판도를 흥미롭게 만든 신데렐라다.

○시간을 되돌리고픈 낯익은 얼굴들

개막일인 27일 남자 장대높이뛰기 예선에 출전한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티븐 후커(29·호주)는 개인최고기록 6m에 50cm나 모자란 첫 도전에서 3차례 기회를 모두 허공으로 날리고는 일찌감치 보따리를 쌌다. 이변으로 점철된 이번 대회의 첫 희생양이었다.

남자 1만m의 케네니사 베켈레(29·에티오피아)는 대회 5연패 달성에 도전했다가 레이스 도중 기권해 잔뜩 실망만 안겼고, 남자 110m 허들에서 시즌최고기록(12초94)를 갖고 있던 데이비드 올리버(29·미국)는 로블레스의 실격파동으로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끝내 메달권에 들지 못해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2007년 오사카 대회와 이듬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연달아 여자 400m를 제대했던 크리스틴 오후루구(27·영국)도 부정출발에 발목을 잡혀 명예회복에 실패했다.

대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트위터 @jace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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