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슨은 29일 벌어진 남자 110m 허들 결승에서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가 1위로 골인하고도 파울로 실격 당하는 바람에 은에서 금으로 메달 색깔이 바뀌는 행운을 누렸지만 아직 성장속도가 무궁무진한 신예임을 고려하면 새로운 허들 황제의 등극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츠와나에 세계선수권대회 첫 금메달을 안긴 몬트쇼도 향후 여자 400m의 판도를 흥미롭게 만든 신데렐라다.
○시간을 되돌리고픈 낯익은 얼굴들 개막일인 27일 남자 장대높이뛰기 예선에 출전한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티븐 후커(29·호주)는 개인최고기록 6m에 50cm나 모자란 첫 도전에서 3차례 기회를 모두 허공으로 날리고는 일찌감치 보따리를 쌌다. 이변으로 점철된 이번 대회의 첫 희생양이었다.
남자 1만m의 케네니사 베켈레(29·에티오피아)는 대회 5연패 달성에 도전했다가 레이스 도중 기권해 잔뜩 실망만 안겼고, 남자 110m 허들에서 시즌최고기록(12초94)를 갖고 있던 데이비드 올리버(29·미국)는 로블레스의 실격파동으로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끝내 메달권에 들지 못해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2007년 오사카 대회와 이듬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연달아 여자 400m를 제대했던 크리스틴 오후루구(27·영국)도 부정출발에 발목을 잡혀 명예회복에 실패했다.
대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트위터 @jace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