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오승환이 세이브 기록을 욕심내는 진짜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29일 07시 00분


중간계투, 그들을 위해 S를 던진다!

선발·마무리만큼 중요한 보직인데…
나의 S로 중간투수 노고 알리고 싶어

부족한 점 많아…MVP는 욕심 없어요

역대 최연소, 최소경기 200세이브(12일 대구 KIA전), 최다 연속 세이브(16S·27일 잠실 두산전), 그리고 역대 한 시즌 최소경기 40세이브에도 ‘-2’만을 남겨두고 있다. 자신이 세운 한 시즌 최다세이브(47개)도 멀지 않았다. 삼성 오승환(29·사진)의 손에서 한국프로야구 세이브 기록이 매일 다시 써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미있는 건 스스로 “욕심난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욕심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다. 그에게 세이브 기록이 남다른 진짜 이유가 있다.

○나로 인해 중간계투의 노고를 알리고 싶다

선수들은 흔히 “개인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승환은 다르다. “최다 연속 세이브 기록에 대해 알고 있었다. ‘기록’을 위해 던진 건 아니지만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좋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이유가 있다. 그는 “내가 세이브 기록을 달성하면 할수록 모든 중간계투들의 노고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오승환의 행보는 2011시즌 프로야구의 최대관심사다. 등판할 때마다 어떤 기록이 나올지 기대를 품게 한다. 그는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내 기사가 나가면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 세이브가 뭔지 모르는 사람도 일단 보게 되지 않겠냐”며 “사실 중간계투들이 고생을 많이 하는데 그만큼 인정받지 못 하는 게 현실이다. 신인투수들도 ‘선발진에 들어가 10승 이상이 목표’라고 하지, ‘계투조에 들어가서 몇 홀드를 하겠다’, ‘마무리투수로 몇 세이브를 기록하겠다’, ‘좌완원포인트릴리프로서 좌타자는 무조건 막겠다’는 선수가 한 명도 없지 않나. 나는 일개 선수지만 계투의 기록도 대단하고, 고생하는 중간투수들의 위상이 높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MVP? 그보다 상대팀에 위압감 주는 마무리

오승환은 올해 롯데 이대호, KIA 윤석민과 함께 강력한 MVP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마무리투수가 MVP를 탄 건 30년 동안 1996년 한화 구대성이 유일했지만 15년 만에 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내가 구대성 선배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도 아니고 전문마무리로 1이닝씩만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불리한 조건”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세이브라는 것은 팀이 경기를 리드한다는 전제하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팀이 승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이 뿐만 아니다. 그는 “MVP가 되면 물론 좋지만, 마무리투수의 진정한 가치는 기록보다 상대팀에 주는 위압감으로 평가된다고 본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상대팀이 나를 꺼려하면 이길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는 “사실 투수가 상대에게 그런 위압감을 만드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도 아직 부족하다. 수술한 뒤 첫 해이기도 하고 다음 해, 다다음해에도 꾸준한 기록을 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트위터 @hong927)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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