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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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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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랑 감사하지만 장애인 아닌 그냥 육상선수로 봐달라”

장애를 뛰어넘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 25일 선수촌 앞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트랙 인생과 출전 소감 등 얘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장애를 뛰어넘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 25일 선수촌 앞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트랙 인생과 출전 소감 등 얘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국 팬들의 큰 관심과 사랑에 감사해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장애인 스프린터가 아닌 인간 피스토리우스로 지켜봐 주세요.”

오랫동안 꾹 참고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듯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다. 입국 후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이기에 더욱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가 25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 앞 한 카페에서 일주일 남짓한 한국생활에 대한 감흥을 전해줬다. 대구 도착 후 언론과의 첫 단독 인터뷰다.

피스토리우스는 장애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A기준기록(45초25)을 통과해 감동을 준 주인공. 종아리뼈 없이 태어나 양쪽 다리를 쓰지 못해 탄소섬유 재질의 의족(보철다리)을 붙이고 레이스를 펼친다. 의족 모양이 칼날과 비슷해서 ‘블레이드 러너’라는 애칭도 얻었다.

피스토리우스는 먼저 한국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부터 전했다. 그는 동아일보 독자들에게 ‘모든 지원에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면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영광인데 한국 팬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의 환한 미소와 친절한 태도는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사람치고는 티 없이 맑은 모습이었다. 입국 후 첫 트랙훈련을 한 24일엔 예정에 없던 인터뷰를 자청하기도 했다. 남아공팀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피스토리우스는 수많은 취재진이 눈에 띄자 스스로 기자들 앞에 선 것이다. 입국장에서 공식 인터뷰조차 사양하고 서둘러 숙소로 향하는 일부 스타들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이날도 피스토리우스는 선수촌 앞의 한 카페에서 카페라테를 시키는 등 편안한 모습이었다. 동석한 팀 매니저와는 귓속말도 주고받는 등 보통 20대 청년의 풋풋한 모습도 보여줬다. 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되자 작심한 듯 “지나친 관심이 조금 부담되기도 한다”며 “특히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여준 관심이라면 사양하겠다. 나는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똑같은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의 불편한 속내는 입국 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의족 논란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넷에서 내가 의족을 바꿔서 올 시즌 기록이 좋아졌다는 글을 봤다. 무척 기분이 좋지 않았다. 7년 동안 단 한 번도 의족을 바꾼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본보 독자에게 남긴 메시지와 사인. 그는 ‘모든 지원에 감사한다’는 글로 한국 팬들의 성원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본보 독자에게 남긴 메시지와 사인. 그는 ‘모든 지원에 감사한다’는 글로 한국 팬들의 성원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선수촌 생활에 대해서는 만족감도 표현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선수촌 지하와 식당이 연결돼 있어 너무 편리하다. 아파트의 방도 환상적이다. 한국문화를 익힐 수 있는 공간은 이색적이었다”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주종목인 400m뿐 아니라 1600m계주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그는 “몇 번 주자로 나서도 문제없다. 나에게는 영광스러운 추억이 될 것이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의 환한 미소는 28일 오전 11시 15분 남자 400m 예선경기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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