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선수권 D-3]폭염 대비해 훈련했는데… 한국 경보 ‘저온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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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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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8월’ 이상저온에 울고 웃는 대구

《대구 날씨가 심상치 않다. 푹푹 찌는 무더위로 유명한 ‘8월의 대구’라고 하기엔 너무 선선하다. 23일이 처서(處暑)라고는 하지만 요즘 평균 기온이 지난해에 비해 섭씨 10도가량 낮다. 아침저녁으로는 20도 가까이까지 기온이 떨어진다. 지난해 8월에 유독 폭염(낮 최고 33도 이상)과 열대야(밤 기온 25도 이상)가 많았기에 최근의 ‘이상 저온현상’이 더 생경하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27일)을 앞두고 대구스타디움 뒷산에는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스가 활짝 피었다. 선선한 날씨에선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어 더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27일)을 앞두고 대구스타디움 뒷산에는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스가 활짝 피었다. 선선한 날씨에선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어 더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선선한 날씨가 반가운 볼트

23일 선수촌에 입성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오히려 선선한 날씨가 반갑다는 반응이다. 고온다습한 대구의 불볕더위 적응을 위해 일찌감치(16일) 입국했던 볼트는 “예상보다 날씨가 덥지 않아서 좋다. 이 정도가 기록 내기는 더 좋다”며 “비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볼트는 그동안 오후 5시쯤 실시했던 경산육상경기장 적응훈련 땐 서늘한 날씨에 점퍼까지 입었다.

한국 단거리팀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오세진 단거리 대표팀 수석코치는 “경기 당일 날씨가 32도를 넘을까봐 걱정했는데 현재 낮 기온이 25∼30도라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온다습한 기온이 대회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하던 대구 조직위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판매된 입장권 중 기업, 관공서 등 단체표가 많은데 폭염일 경우 경기장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한국 마라톤 경보팀은 비상

선선한 날씨가 오히려 걱정인 사람들도 있다. 더울수록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한국 마라톤과 경보 선수들이다. 날씨가 서늘할 경우 초반부터 기록 경쟁이 펼쳐진다. 객관적 전력이 열세인 한국에는 불리하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메달 후보로 주목받았던 경보 남자 20km의 김현섭도 선선한 날씨가 부담이다. 올 시즌 랭킹에서 김현섭(7위)보다 앞선 6명을 제치기 위해선 더운 날씨가 필수조건이다. 이민호 경보 대표팀 코치는 “요즘 일어나자마자 기온부터 체크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많다. 30도 이상의 폭염이어야 선두권 기록이 1시간 20분대로 처진다. 1시간19분31초의 한국기록을 가진 (김)현섭이가 메달권에 들려면 더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수준과 6분 이상 뒤진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마라톤 대표 정진혁의 스승인 황규훈 건국대 감독은 “더워야 후반까지 따라붙었다가 승부를 걸 수 있는데 걱정이다”라며 “3바퀴를 도는 루프 코스이기 때문에 날씨가 시원하면 2바퀴째부터 선두권이 치고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단체전 메달(5명 중 3명의 기록으로 순위 가리는 번외 경기)에 도전하는 마라톤 대표팀은 기온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선두 그룹에 집착하기보다 2, 3그룹에서 함께 뛰는 ‘플랜B’까지 마련했다.

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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