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명예의 전당 ‘악동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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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영화출연 등 기행 로드먼
“더 좋은 아빠 못돼 가장 후회”

레이스가 달린 화려한 양복 상의에는 반짝거리는 장식물로 자신이 몸담았던 팀명인 불스와 피스턴스, 그리고 등번호 91, 10번을 새겨 넣었다. 귀와 코, 입술에는 피어싱을 했다. 겉모습만 보면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악동으로 유명했던 현역 시절과 똑같았다.

하지만 어느덧 천명(天命)을 아는 나이가 된 그는 달라져 있었다. 연단에 오른 뒤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느라 머뭇거렸다. 소감을 밝히면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 자주 말을 멈춰야 했다. 13일 농구의 발생지 미국 매사추세츠 주 스프링필드에서 열린 NBA 명예의 전당 입회 행사에 참석한 데니스 로드먼(50·미국). 그는 고해성사라도 하듯 가정과 동료들에 대한 감사와 회한을 털어놓았다. “돈과 명예를 위해 뛰지는 않았다. 나는 죽을 뻔한 적도 있었고 마약을 팔 수도 있었다. 노숙도 해봤다. 하지만 오랜 기간 숱한 어려움을 견뎌낸 끝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로드먼은 불우한 가정사를 지녔다. 비행기 조종사였던 아버지는 그가 5세 때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 그는 “아버지는 돈을 많이 벌었지만 내게 말 한번 건넨 적이 없었다. 내게는 코치들이 아버지였다. 어머니는 나와 동생들을 안아준 적이 없었다. 그래도 세월이 흘러 우리 가족은 서로 웃으며 이야기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마돈나를 비롯해 숱한 염문을 뿌린 그는 2003년 지금의 아내 미셸과 세 번째 결혼을 했다. 세 자녀를 둔 로드먼은 “더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한 게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며 울먹였다.

음주 운전, 여장, 영화 출연 등 온갖 기행으로 유명했던 로드먼은 코트에서는 누구보다 희생적이고 헌신적이었다. 시카고에서 뛸 때 마이클 조든, 스코티 피펜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을 도와 리바운드와 수비에 주력하며 팀의 3년 연속 우승을 거든 대표적인 블루칼라 워커였다. 디트로이트 시절 5시즌 연속 전 경기에 출전할 만큼 자기 관리도 철저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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