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안지만이었다. 좌타자 이용규, 1점차로 뒤지고 있는 4회,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안지만이 나올 순서가 아니었다. 그러나 안지만의 투입은 삼성 전 선수단에 ‘오늘은 꼭 이긴다’는 감독의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류 감독은 6-2로 역전승을 거둔 직후 “안지만의 조기 투입은 오늘 경기가 매우 중요한 승부여서 꼭 이기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지만은 마운드에 올라 까다로운 첫 타자 이용규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았다. 그리고 2.2이닝 동안 9명의 타자에게 볼넷 없이 안타 단 1개만을 허용하며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다. 전날 홈런을 터트리며 상승세를 보였던 신종길을 포함해 안치홍, 김주형을 모두 삼진으로 잡았고 한 차례의 흔들림 없이 KIA 타선을 압도했다.
최고 148km의 묵직한 빠른공에 134km를 찍은 날카로운 슬라이더, 커브와 체인지업을 곁들인 빈틈없는 투구였다. 마운드가 더 이상 추가 실점을 막자 삼성 타선은 힘을 냈고 5회 역전에 성공했다.
안지만은 이날 팀이 역전하며 시즌 11승째를 올렸다. 다승 2위로 1위 윤석민과 2승차다. 그러나 안지만은 승수는 머릿속에서 지웠다고 말했다. 불펜 투수이기 때문에 오직 팀의 승리를 지키는 일 혹은 디딤돌을 놓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안지만은 “오늘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1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불펜투수이기 때문에 11승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최근 선발부터 불펜까지, 그리고 타선이 좋기 때문에 정규시즌 1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 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