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핫라인] 아, 박·청·표 공백이 이렇게 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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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1일 07시 00분


A매치 데뷔전 이재성, 중앙수비 투입 모험 실패
김영권·박원재 왼쪽 풀백 연이은 부상으로 교체
수비진 급격하게 흔들려…리더 부재 큰 아쉬움

Q : 경기 전부터 기성용에게 야유가 쏟아졌는데.

A : 경기 시작 전 장내 아나운서가 양 팀 출전 명단을 호명할 때 삿포로 돔에서 난데없는 괴성이 터졌다. 조광래호의 스타팅 멤버로 나선 기성용의 이름이 나오고 전광판에 사진이 나오자 일본 관중들 속에서 큰 야유가 터졌다.

한국과 일본이 격돌한 1월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기성용이 ‘원숭이 세리머니’로 일본 팬들을 자극한 탓이었다. 이미 일본 축구계에서 가장 안티가 많은 한국 선수가 된 기성용에게 극성맞기로 소문난 울트라 닛폰이 고운 시선을 보낼 리 없었다. 전반 17분 일본의 스타 혼다에게 강력한 태클을 걸어 기성용이 주심으로부터 옐로카드를 받은 순간에도 비슷한 야유가 터져 나왔다.

Q : 중앙수비 이재성의 선택이 다소 의외였다.


A : 조광래 감독은 이날 경기에 중앙수비에 이정수와 이재성을 투입했다. 이재성은 이날이 A매치 데뷔전이었다.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다. 대표팀은 이전 A매치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홍정호가 승부조작과 관련해 자진신고를 하고 조사를 받으면서 중앙 수비 변화가 불가피했다.

조 감독은 경기 전날까지 이재성과 곽태휘를 놓고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피드가 느린 곽태휘보다는 발이 빠른 수비수 이재성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전이라는 경기의 무게감을 생각했을 때 경험이 없는 수비수를 먼저 기용한 것은 모험에 가까웠다.

Q : 왼쪽 풀백들이 연이어 부상으로 교체된 이유는.

A : 전반 24분 선발 왼쪽 풀백 김영권이 갑자기 쓰러졌다. 왼쪽 발목을 심하게 삔 김영권은 경기를 더 뛸 수 없는 상황이어서 들것에 실려 나왔다. 조광래 감독은 대신 박원재를 투입했다. 하지만 박원재는 들어가자마자 몇 분 지나지 않아 엔도 야스히토의 강력한 슈팅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치료를 받은 뒤 그라운드로 복귀했지만 몸에 이상이 있는 듯 움직임이 좋지 못했다. 조 감독은 결국 전반 36분 박원재마저 빼고 박주호를 왼쪽 풀백 자리에 투입했다. 연이은 부상자가 나오면서 한국의 수비 조직력이 흔들렸다. 박원재는 교체 후 정밀검사를 위해 병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Q : 후반 초반 팀이 심하게 흔들리며 연속 실점했는데.

A : 후반 시작 후 7분과 9분에 연속 실점했다. 실점 장면을 보면 선수들이 우왕좌왕 하면서 상대 선수들을 전혀 마크하지 못했다. 특히 후반 9분 3번째 골을 내줄 때에는 수비수들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조광래호는 그 동안 치른 A매치나 평가전, 아시안컵 등에서 골을 허용하고도 경기를 뒤집는 힘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실점한 뒤 더 허둥지둥하는 모습이었다. 이럴 때 선수들의 분위기를 다 잡아 줄 수 있는 리더의 부재가 아쉬웠다.

최용석 기자 (트위터@gtyong11) gtyong@donga.com

삿포로 |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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