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승부근성…팔꿈치 수술 1년만에 완벽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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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9일 07시 00분


작년 7월 뼛조각 제거후 독품은 재활
올시즌 소방수 부활 누구도 예상못해
통증 사라지자 마운드서 자신감 쑥쑥

역대 최소경기 최연소 200세이브 ‘-2’
그의 나이 29세…400S 꿈을 던진

등판하는 순간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 삼성 오승환. 입단할 때 “1군에 붙어 있는 게 목표였다”던 그는 이제 한국 프로야구의 
독보적인 소방수로 자리 잡았다. 현재 역대 개인 최다 세이브 3위에 올라 있고, 2위 구대성(214세이브)과 1위 
김용수(227세이브)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등판하는 순간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 삼성 오승환. 입단할 때 “1군에 붙어 있는 게 목표였다”던 그는 이제 한국 프로야구의 독보적인 소방수로 자리 잡았다. 현재 역대 개인 최다 세이브 3위에 올라 있고, 2위 구대성(214세이브)과 1위 김용수(227세이브)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최강 마무리 오승환 집중분석

언터처블이다. 최강이다. 그가 등판하면 승부는 마침표를 찍는다. 수술과 재활로 한때 “이젠 끝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보란 듯이 대한민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돌부처’ 오승환(29·삼성).

8일까지 올 시즌 33세이브를 올렸다. 각 팀이 마무리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세이브 2위가 13세이브의 SK 정대현이란 사실을 고려하면 한국프로야구에서 독보적 소방수라 일컬어도 지나치지 않다.

○세이브 역사를 던지는 돌부처


앞으로 2세이브만 채우면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개인통산 200세이브를 작성하게 된다. 종전 기록은 구대성의 37세 11개월 12일과 432경기. 1982년 7월 15일 생으로 만 29세, 332경기 출장에 불과한 오승환은 세이브 역사의 신기원을 열어갈 태세다.

한국보다 역사가 앞서고 선수층이 풍부한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와 비교해 봐도 그의 기록은 빛난다. 일본프로야구 최소경기 200세이브는 사사키 가즈히로(당시 요코하마)의 370경기. 메이저리그는 올 시즌 6월 8일 조너선 파펠본(보스턴)이 작성한 359경기다. 대학을 졸업한 뒤 프로에 입문한 오승환이 세계 최연소 200세이브 기록을 달성할 수는 없지만 세계 최소경기 200세이브는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독한 성격, 수술 1년 만에 최고 소방수로

지난해 7월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까지 받은 투수. 그랬던 그가 곧바로 올 시즌 최고의 소방수로 부활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독한 승부근성으로 재활훈련에 매달린 덕분이다. 포수 진갑용은 “워낙 열심히 하는 친구다”며 “어쩌면 변화구를 던지지 않았기 때문에 재활도 빨리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오승환은 현재 0점대(0.63)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블론세이브는 단 1개. 42.2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은 11개(9이닝당 2.3개)에 불과하며, 탈삼진은 무려 58개(9이닝당 12.2개)에 이른다.

올 시즌 그는 투심패스트볼을 추가했다. 데뷔 후 사실상 직구와 슬라이더, 단 2가지 공만 던졌던 그였다. 투심은 1경기에 1∼2개 쓸까말까 하지만 타자에게 다른 구종도 생각해야 하는 부담감을 주는 레퍼토리다. 그러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돌직구’다. 진갑용은 “직구의 볼끝이 2006년과 비슷해졌다. 긴박한 상황에선 다른 공 필요 없다. 직구면 된다”며 살아난 그의 직구에 무한신뢰를 보였다.

문승훈 심판위원은 “심판들과 얘기를 하는데 3∼4년 전보다 구위가 더 좋은 느낌이다. 타점도 높고, 볼끝과 무게가 업그레이드됐다. 슬라이더도 140km를 넘기더라”고 말해 “알고도 치기 힘들다”는 타자들의 넋두리를 뒷받침했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오승환이 없을 때 이용찬, 손승락 등이 나타났지만 오승환은 그야말로 최고 마무리 투수다”면서 “오히려 과거보다 컨트롤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실투가 없는 게 부활의 가장 큰 이유로 본다”고 설명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방수를 위하여

오승환은 “올 시즌 시작할 때만 해도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성적에 대한 부담감, 부상 재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는 “시즌 개막 후 아프지 않으니까 두려움도 사라졌다. 이제 통증이 없다. 자신감이 생겼다. 정현욱 선배와 안지만, 권오준이 앞에서 잘 해줘 난 1이닝만 던지고 있다. 그래서 힘들지도 않다”며 웃었다.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200세이브는 어쩌면 그가 밟고 지나가는 이정표에 불과한지 모른다.

현재 역대 개인통산 최다 세이브 3위에 올라 있는 그는 2위인 구대성(214세이브)과 1위인 김용수(227세이브)도 사정권에 두고 있다.

“2005년 프로에 들어올 때는 정말 1군에 붙어있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다. 일단 김용수 선배님을 넘어 300세이브는 하고 싶다. 마무리 투수는 대부분 3∼4년 이상을 못 간다. 난 그것을 깨고 싶다.”

그의 나이 이제 29세. 한국프로야구에 400세이브 투수가 탄생한다면 그 최초는 오승환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그는 “하면 좋다”라고 웃음을 지으며 “마무리 투수도 롱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이나 고교를 졸업하는 선수는 대부분 선발투수를 선호하는데, 나를 보고 처음부터 마무리 투수를 목표로 뛰는 후배 투수들이 많이 생기도록 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오승환. 그는 한국프로야구 소방수의 종결자이자 한국프로야구의 새로운 역사가 될 듯하다.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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