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감독 “부자대결 그날, 내가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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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0일 07시 00분



이틀이 지났건만 아마 LG 박종훈 감독(사진)은 평생을 두고 못 잊을 날이 17일 잠실 SK전일 것이다.

9회초 투아웃까지 4-1로 앞서다 역전을 당했고, SK에 몸담고 있는 아들 박윤과 1군에서 첫 대결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18일 승리로 가까스로 5연패를 끊은 박 감독은 19일 비교적 평온한 기분으로 이틀 전 경기를 복기하면서 “투수코치의 소중함”을 새삼 역설했다. “사실 마무리 임찬규가 볼넷을 연발하자 최계훈 투수코치는 바꾸자고 했다. 그런데 내가 막았다. 찬규마저 여기서 무너지면 뒤가 없다고 봤다. 자신감을 잃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임찬규에게 더 큰 상처로 돌아왔다. 박 감독이 야수 출신 감독의 고충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바꿨다가 나쁜 결과가 생긴 것보다는 낫다고 위안을 삼는다. 아울러 임찬규가 이런 경험을 토대로 더 좋은 투수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임찬규와 더불어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얼굴은 친아들 박윤이다. 하필이면(?) 임찬규가 유일하게 아웃카운트(삼진)를 잡아냈다. 그 삼진 후 18일 박윤은 2군에 내려갔다. 박 감독은 “그저 경기가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여유가 없었다. 아마 아들도 아버지가 뒤에서 본다는 의식보다 치겠다는 생각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군에 내려가기 전 박윤은 아버지를 찾아왔다. 박 감독은 “1군을 경험하고 내려갔으니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격려해줬다. “1군에 올라와도 그냥 내려가는 선수가 부지기수인데 박윤이는 그래도 안타를 2개나 쳤다”고 애써 위안을 찾는 데서는 박 감독도 천생 누군가의 아버지였다.

잠실 | 김영준 기자( 트위터@matsri21) gatzby@donga.com
사진 |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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