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마의 18번홀서 347야드 괴력 장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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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군단’ 11명, US오픈 연습라운드서 기선제압

김대현(하이트)은 국내 최고의 장타자다. 최근 4년 연속 한국프로골프투어에서 장타 1위에 올랐다. 올 시즌에도 305.25야드로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다. “어떤 타이틀보다 장타왕은 욕심이 난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였다.

그런 김대현이 강적을 만났다. 16일 밤 개막한 US오픈 대회 장소인 미국 메릴랜드 주 베세즈다의 콩그레셔널CC 블루코스다. 파71에 전장이 7574야드로 대회 사상 두 번째로 길게 세팅됐다. 게다가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10cm가 넘는 러프가 도사리고 있어 1타를 잃을 각오를 해야 하며 벙커, 유리알 그린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메이저 대회에서 김대현이 험난한 코스와 맞붙게 된 데는 행운이 따랐다. 당초 일본에서 열린 US오픈 지역 예선에서 떨어져 대기선수로 있다 결원이 생겨 본선 진출권을 얻었다.

김대현은 대회 개막에 앞서 맏형 최경주(SK텔레콤), 김경태(신한금융), 김도훈(넥슨)과 함께 연습 라운드를 하며 꼼꼼하게 코스를 점검했다. 김대현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모두 페어웨이를 지키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파만 지켜도 상위권 또는 우승도 바라볼 수 있다. 3, 4라운드에 비가 오면 언더파, 맑으면 이븐파 또는 1오버파에서 우승자가 나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김대현은 연습 라운드에서 대회 사상 두 번째로 긴 파 4홀인 18번홀(523야드)에서 호쾌한 장타를 과시했다. 페이드를 건 드라이버 티샷은 오른쪽 페어웨이 내리막 경사를 타고 흐르면서 347야드 지점까지 굴러가 동반자들을 놀라게 했다. 핀까지 174야드를 남기고 7번 아이언으로 공략했다. 최경주는 이 홀에서 세컨드 샷을 할 때면 5번 아이언 이상을 잡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대현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도 체격 조건이 뛰어난 미국과 유럽 선수들보다 오히려 20∼30야드를 더 보냈다.

남자의 자존심이라는 비거리에서 일단 기선을 제압한 김대현은 US오픈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까. 김대현을 비롯한 역대 최고인 11명의 코리안 군단은 이날 힘차게 나흘간의 장정에 들어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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