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신 마무리의 중책을 맡은 송신영(34)은 9세이브를 수확하며 수호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손승락이 어깨통증에서 벗어나 구위를 회복하면서 그는 다시 ‘천직’이라는 중간계투로 돌아왔다.
팬들의 질문을 바라보던 송신영은 “데뷔 후 이렇게 큰 관심은 처음”이라며 활짝 웃었다. ‘사이드암 전환’ 관련 질문에 영감을 받았는지 인터뷰 당일 경기(1일 사직 롯데전)에선 실제로 사이드암 피칭을 선보이기도 했다.
송신영이 직접 뽑은 친필 사인볼(맥스스포츠 제공)의 당첨자는 @gijaeho, @Leepoooo, @ham2782. 다음주 주인공은 LG의 겁 없는 신인 임찬규(19)다. -시즌 초반 마무리로 활약했는데 마무리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요.(@sungkiyup)
“없어요. 솔직히 마무리는 이닝 수나 몸을 푸는 횟수 등에서 중간보다 편한 점이 있어요. 하지만 제 스타일은 제가 잘 알아요. 저는 힘 안들이고 맞춰 잡기 때문에 마무리에 적합한 투수는 아니에요.”
-혹시 선발로 나가고 싶은 적은 없으셨나요?(@lovingmm)
“솔직히 어릴 때는 선발욕심이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마음 비웠어요. 불펜이 천직입니다. 로봇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제 몸만 허락된다면, 아프지 않고 구위가 저하되지 않는다면 매일 경기에 나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홀드와 세이브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hb0825)
“당연히 세이브죠. 요즘 프로 와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아요. 그게 중간과 마무리의 차이지요. 중간은 똑같이 잘 해도 스포트라이트 못 받거든요. 하지만 중간에 나갈 때는 주로 이기고 있는 상황이니까, 승리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그 때는 당연히 홀드죠.” -후배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가장 예뻐 보이나요?(@Leepoooo)
“제 인상이 세보여서인지 후배들이 잘 못 다가와요. 그래서 애교 부리는 후배들이 예뻐 보입니다. 김성태와 문성현이 애교가 있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와 그 이유는?(@2minjin)
“프로데뷔전(2001년 4월 19일 수원 한화전)이요. 대학 때는 팔꿈치가 아파서 고생했고, 프로 와서도 2년간 2군에 있었어요. 당시 현대의 투수진이 워낙 막강해 처음으로 1군에 와서도 한동안 경기에 못 뛰었어요. 그러다 기회가 왔죠. 선발이 일찍 무너진 거예요. 김시진 감독님(당시 투수코치)이 저에게 오셔서 ‘스파이크 끈 묶어’라고 하셨는데, 그때 느낌을 잊을 수 없어요. ‘내게 기회가 왔구나. 여기서 못 잡으면 난 끝이구나.’ 당시 한국 최고의 포수라는 박경완(SK) 선배가 마스크를 썼는데, 정말 미트만 보고 던졌습니다.”
-송신영, 김수경 선수는 여성스러운 이름 덕분에 별명이 신영 언니와 수경 언니인데요. 그 별명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신 적이 있나요?(@Myenjung)
“없어요. 팬들이 부르는 것과 선수들 사이에서 별명은 다르니까요. 팬들이 사인 요청할 때 신영 언니라고 부른 것도 딱 한번뿐이에요.”
-인터뷰나 경기 중에는 장난기가 많으신 것 같은데, 왜 팬들 앞에서는 늘 근엄한 척하시는 거죠? 무서워서 다가갈 수가 없어요.(@Leepoooo)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아요. 표정 때문인가요? 지난번에도 ‘왜 언니라고 불러요?’라고 어떤 팬에게 물어봤더니 도망가시던데…. 무서운 사람 아닙니다. 다가오세요.”
-신인지명순위가 높지 않았음에도 훌륭한 성적을 거두며 500경기에 출장하는 ‘믿을맨’이 된 비결은 무엇인가요?(@gijaeho)
“대학 때 팔꿈치 부상으로 고전해서 프로에 못 올 줄 알았어요. 현대에도 계약금도 못 받고 겨우 들어왔지요. 지금도 팔꿈치에 뼛조각 5개가 있어요. 그런데 프로 와서는 희한하게 안 아픈 거예요.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던졌어요. 선배들이 은퇴하고 트레이드되니까, 그때 기회가 오더라고요. 고생을 해봐야 독기가 생겨요. 후배들이 그런 게 없을 때 안타깝습니다.” -최근 ‘독고신영’이라는 플래카드를 봤는데, 드라마 ‘최고의 사랑’ 독고진만큼 독고신영도 너무 매력적입니다. 혹시 들이대는 여자 팬은 없나요?(@ShinSKim)
“에이, 없죠. 유부남인데. 제가 봐도 드라마 상 차승원 캐릭터랑 저랑 많이 닮은 듯. 특히 그 싸가지 없는 말투와 행동이요. 그리고 앞에서 심하게 말하고 뒤에서 마음 졸이는 모습까지도 똑같아요.”
-통산 19번째로 500경기 출장(5월 3일 목동 KIA전)하셨는데요. 우연히 등번호와 같네요. 19번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언제부터 19번을 쓰셨어요?(@ham2782)
“99년 입단할 때는 14번이었는데, 2000년부터 19번을 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의미가 없었는데 점점 의미가 생겨요. 19번째로 500경기에 출전했고, 결혼기념일도 12월 19일이고, 와이프 생일도 5월 19일입니다.”
-아내분이 아주 미인으로 알고 있는데, 아내분 자랑 좀 해주세요.(@Myenjung)
“처음 본 순간부터 제 이상형이었는데 제가 숫기가 없어 다가서지 못했지요. 오밀조밀한 스타일의 장쯔이를 닮은 동양적 미인. 두 살 연상인데도 엄청 동안. 남편 몸보신이라면 끊임없이 연구하는 사람. 현명하고 똑똑한 와이프.” -지금의 송신영을 있게 한 가장 큰 스승님은?(@Leepoooo)
“지금은 고인이 되신 고등학교 시절 사경만 감독님입니다. 고1 때 배가 아픈 적이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위궤양이었는데, 퉁퉁 부은 배를 ‘내 손은 약손이다’하며 어루만져주실 정도로 저를 예뻐해주셨어요. 운동은 독하게 시키셨지요. 그때 하루에 250개의 공을 전력으로 던지곤 했거든요. 그 분 덕에 제구력을 단련할 수 있었습니다.” -넥센의 젊은 투수들은 볼넷이 많은데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지.(@nikimiks)
“공을 많이 던져봐라. 전력이 아니더라도 좋고, 던지는 거리를 5m 정도 줄여서라도 좋다. 그렇게 감을 익혀라.”
-팀 내에서 자신의 외모 순위가 몇위라고 생각하세요?(@chorongaaa)
“굳이 매기라면 3등. (이)숭용이 형과 (김)민우가 1, 2등을 다툴 것 같아요. 3, 4등은 저랑 (김)성태. (강)정호는 외모로만 보면, 왜 인기가 많은지 모르겠는데요?(웃음)
-현대의 우승 멤버였다가 넥센으로 바뀌면서 우승과 멀어졌는데 그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요?(@0802hh)
“현대 때는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해주겠지’라는 생각이 솔직히 있었어요. 이제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솔직히 있습니다. 후배들이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해주겠지’라고 생각할 때는 안타깝지요.”
-정말 나중에 사이드암으로 전환하실 건지? 그리고 전환하신다면 결정구는?(@ParkC1219)
“직구 구속이 140km도 안나올 때 바꿀 겁니다. 그때는 슬라이더로 카운트 잡고, 결정구로는 싱커를 던질 겁니다. 실제 게임 때도 몇번 (사이드암으로) 던진 적 있어요.” -송신영 선수가 롤모델로 삼는 혹은 삼았던 선수는 누구인가요?(@jkyoon87)
“선동열. 한국 최고의 투수였으니까요. 투구 폼을 따라해 보기도 했는데, 웬만한 유연성으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10년 뒤 송신영의 모습은?(@Myenjung)
“프로팀 코치. 현장에 없다면 야구학과 교수. 하지만 일단은 송진우(한화코치) 선배 이상(만43세)으로 선수생활 오래하는 게 목표입니다.
정리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팬들이 묻고 선수들이 답하는 ‘트위터 인터뷰’ 다음차례는 LG 마운드의 겁없는 신인 임찬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