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몸쪽공이 더 빠른 ‘열아홉살 강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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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7시 00분


2위 LG의 ‘보물’ 루키 임찬규의 특별함

위기때마다 바깥보다 빠른 몸쪽공 던져
평소 겸손…마운드만 서면 자신감 펄펄
이대호·김동주에도 주눅들지 않고 승부

2011 프로야구 LG트윈스 대 한화이글스 경기가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LG 주키치에 이어 등판한 임찬규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 | 김종원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
2011 프로야구 LG트윈스 대 한화이글스 경기가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LG 주키치에 이어 등판한 임찬규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 | 김종원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
가을야구에서 잊혀졌던 이름 LG가 포스트시즌을 꿈꾸고 있다. 2위를 달리고 있는 LG의 신바람, 그 중 한 축에는 열아홉 마무리 임찬규(사진…가 있다.

프로 10년차 베테랑 투수도 심장이 쿵쾅거린다는 9회 역전 위기에서도 흔들림 없이 공을 던지는 모습에 상대팀 감독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제 갓 고교를 졸업한 임찬규는 오히려 위기 상황이 신이 난다는 표정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

2일까지 임찬규(사진)의 성적은 5승 1패 2세이브 방어율 1.78로 수준급이다. 두둑한 배짱은 신인으로 팀의 마무리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다. 그리고 그 배짱에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투수가 넘지 못하는 벽, 아주 특별한 무기가 숨겨져 있다.

○몸쪽 공이 바깥쪽 공보다 빠르다

임찬규는 서클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를 갖고 있지만 위기상황에서 주로 직구로 승부한다. 강한 직구를 던지는 투수는 마무리의 정석이다. 그러나 임찬규는 아직 삼성 오승환처럼 볼끝이 강한 직구를 갖고 있지 않다. 올시즌 최고 149km를 기록했지만 140km대 초반 직구로도 타자와 정면 승부를 한다.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볼끝에 변화가 나타나는 스타일도 아니다. 임찬규는 타자의 몸쪽에 바깥쪽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강한 심장을 갖고 있는 투수다.

LG 박종훈 감독은 2일 “대부분 투수는 몸쪽보다 바깥쪽이 빠르다. 투수도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 몸쪽에 공을 던질 때 팔 스윙 스피드에 미세한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임찬규는 오히려 바깥쪽보다 몸쪽 공이 더 빠르다. 자신 있게 몸쪽 가까이에 전력투구를 할 수 있는 투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큰 심장을 갖고 있는 투수다”고 평가했다.

김용달 전 LG 타격코치는 “타자 입장에서 바깥쪽보다 몸쪽에 더 빠른 공이 오면 자기도 모르게 위축될 수 있고, 자신 있는 스윙이 잘 나오지 않게 된다”며 “2001년 삼성에서 뛰었던 갈베스가 위력적이었던 이유도 몸쪽공이 바깥쪽보다 더 빨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대호에게도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

한 팀 타자는 임찬규에 대해 “선배들한테 그렇게 잘 한다고 하는데, 마운드 위에만 올라오면 넘치는 자신감에 건방지게 보일 정도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시즌 초 마운드에서 껌을 씹는 모습에 ‘껌찬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타자 입장에서는 호전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삼진으로 타자를 잡은 뒤 액션이 큰 것도 마찬가지다. ‘신인이 건방지다’고 책잡힐 수 있는 부분이면서 반대로 마무리 투수로 위압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자신감을 배경으로 임찬규는 이대호, 김동주 등 거포에게도 망설임 없이 빠른공을 던진다. 박종훈 감독은 “우리 선수이기 때문에 두둔한다면 무의식중에 기쁨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지 상대를 자극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잠실 | 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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