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프로축구 승부조작 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중국인이 불법 도박판 벌이고 수십억원 판돈 모아 한국브로커 고용…
현금 들고 선수 찾아가 “져달라”

전직 프로 선수들에 따르면 K리그 승부 조작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먼저 중국인들이 중국 현지에 K리그 경기를 대상으로 한 불법 도박장을 차려 판돈을 끌어 모은다. 판돈은 한 경기에 수십억 원이 넘는다. 그런 뒤 한국의 브로커를 동원해 선수들에게 비밀리에 접근한다. 브로커는 가방에 빳빳한 현금으로 수천만 원을 넣고 와 선수들에게 승부 조작을 요청한다. 거의 대부분이 져달라는 내용이다. 경기 승리 수당은 300만 원에서 500만 원이니 일부 선수가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한 선수로는 안 되니 먼저 포섭한 선수를 이용해 한두 명의 가담자를 더 모은다. 그리고 경기 때 실수를 가장해 골을 먹어 패하도록 한다. 스코어를 맞히는 베팅 게임을 위해선 같은 팀 및 상대 공격수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감독과 코치, 심판에게도 접근하고 미인계를 쓰기도 한다.

지난해 수도권의 한 선수는 4경기에서 1억4000만 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해당 팀은 당시 2-3이란 펠레 스코어로 3경기 연속 졌다. 당시 그 팀은 승부 조작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팀 선수들은 “어떻게 3번 연속 2-3으로 질 수 있느냐”며 승부조작이 확실하다고 수군거렸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 단장, 감독들이 인지하고도 “증거가 없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다 문제를 키웠다는 사실이다. 2008년에는 K3리그가 승부 조작으로 사법처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연맹은 “소문은 파다하고 실질적인 증거는 없어 승부 조작을 하지 못하도록 교육시키는 게 최선이었다”고 밝혔다.

전직 프로선수 A 씨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아무 이유 없이 선수들을 방출한 팀들이 있다. 모두 승부조작에 관련돼 방출한 선수들이다. 어떤 팀은 실업팀에서 데려온 선수들을 되돌려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연봉이 적은 선수들에게 접근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 등 경제적으로 윤택한 선수들도 승부조작에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최근 숨진 한 K리그 선수에 대해서는 조직 폭력배의 협박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