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베이스볼] 2루타 송지만 “아빠 아직 안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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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일 07시 00분


아들 친구들 불러놓고 보란 듯 안타
“떨지 않았다”하면서도 어깨는 으쓱

사직구장 좌판 아주머니 애절한 응원
모태 롯데?…장삿속 때문이었대요

오재영과 영웅재중의 ‘뜨거운 우정’
초등 친구래요, 역시 별들은 달라요

대지를 촉촉하게 적신 봄비와 함께 4월이 가고‘야구의 달’ 5월이 왔어요. SK∼두산∼삼성이 선두권 싸움을 벌이고 LG, KIA가 상위권을 향해 돌진을 시작해요. 롯데도 방망이를 가동하며 부진의 늪 탈출에 애를 쓰고, 한화도 탈꼴찌를 향해 몸부림 치고 있어요.

●사직구장 앞 장사하는 아줌마의 애타는 절규

지난주 화요일이었어요. 장소는 부산. 롯데가 LG를 불러 3연전 첫 경기를 치르는 날이었어요. 사직구장 앞에서 좌판 깔아놓고 장사하는 아줌마, LG 선수들이 야구장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에 대고 절규를 했어요.

“LG야, 제발 져라∼. 오늘만 져라∼!” 애절한 목소리로 LG에게 승리를 양보해달라는 듯 주문을 외웠어요. 여기까지는 여느 롯데 팬과 마찬가지 생각.‘역시 부산이구나’라는 느낌이 절로 들 수밖에 없죠.

그런데 그 아줌마는 “내일은 이겨도 오늘은 롯데한테 져라∼”고 외쳤습니다. 그 말 듣고 보니 아줌마가 왜 그런 주문을 하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3연전 첫날 홈팀이 이기는 게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겠죠?

첫날 홈팀이 이기면 남은 2경기에 팬들이 몰려올 게 뻔하니까요. 둘째 날 져도 1승1패라 3번째 게임 때도 대박이 나겠죠. 반대로 첫날 패하면 2번째 게임 때 팬들이 줄고, 둘째 날 이기면 모르지만 만에 하나 2연패라도 하면 3번째 게임 장사는 보나마나 아니겠어요?

이 얘기를 전해들은 롯데와 LG 구단 관계자들도 “구단 입장도 마찬가지다”며 웃더군요. 모든 장사는 3연전 첫날에 결정된다는,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아줌마의 절규. LG 선수들이 들었을까요? LG는 첫날에 지고 남은 2경기를 이기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연승 기쁨은 언제 누릴까

4월 마지막 날, 광주엔 비가 왔어요. 6회 강우콜드, 롯데 또 졌어요. 3연전 첫 머리서 이겨 혹시나 했더니 이번에도 아니에요. 다음 날 양승호 감독 그래요. “4월에 잘 안 풀린다 했더니, 마지막까지 운이 없더라.”

꼴찌 한화도 해본 2연승, 롯데만 못 해봤어요. 강민호는 그래요. “2연승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미처 몰랐어요.” 지난해 롯데는 4월 마지막 날 -7이었어요. 승보다 패가 7개 많았단 말이에요. 올해도 마찬가지로 4월 성적은 -7이에요. 3년 연속 같은 기록이에요.

롯데 초반 부진은 올해도 계속 돼요. 그나마 다행인 건 5월 첫날, 여유 있게 이겼다는 거예요. 2연승은 못했지만, KIA에 2승1패 거두며 올해 첫 ‘위닝 시리즈’ 맛봤어요. 물론 한화도 이미 느꼈던 감흥이에요. 그래도 광주서 부산가는 버스 안, 오랜만에 활기 넘쳐요. “4월이 끝나고 이제 5월이다”고 외치는 롯데 선수단이에요. 연승은 언제 할지 모르겠지만요.

○가코의 첫 홈런에 찡했던 또 한 사람

4월의 마지막 날이에요. ‘나믿가믿’이 마침내 현실이 됐어요. 삼성 용병 라이언 가코는 이날 대구 한화전 4회 장민제를 만나 고대하던 시즌 첫 홈런을, 그것도 가운데 담장 너머로 큼지막하게 날려보냈어요.

덕아웃으로 돌아온 그를 제일 기쁘게 맞이한 사람은 누굴까요? 류중일 감독이에요. 류 감독은 경기 후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오늘 가코가 홈런 쳐서 무엇보다 좋았다”고도 했어요. 가코도 기분이 무척 좋았나 봐요.

다음날 첫 홈런 기념으로 선수단에 피자 12판을 쐈어요. 며칠 전 프로 데뷔 9년 만에 첫 홈런을 친 동료 강명구가 피자 돌리는 모습 봤거든요. 근데 이 홈런 한방에 더 가슴이 찡했던 사람이 있어요. 바로 가코의 통역을 맡은 운영팀 이충무 과장이에요.

이 과장은 1일 “사실 그동안 가코의 홈런이 안 터져 내가 가슴을 졸였다. 이제 후련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군요. 맞아요. 용병과 통역은 사실 한 가족과 같아요. 통역은 용병의 입은 물론 손과 발 역할도 하거든요.

○넥센 송지만, ‘아빠의 한 방 봤지?’

4월28일 목동 한화전이었어요. 넥센은 야구장 근처의 목동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초청했어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든 피켓을 들고 “넥센 파이팅”을 외쳐요. 그 가운데에도 ‘송지만’의 이름이 적힌 피켓들이 눈에 띄어요. 38세의 가장 송지만의 두 아들은 목동초등학교에 다니거든요.

“우리 아빠가 나온다.” 자랑했을 법한 아들들이에요. 하지만 아빠는 3번째 타석까지 침묵을 지켜요. 아들들이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요. 마침내 아빠는 넥센이 3-2로 앞선 8회말 2사2루에서 좌월2루타로 아들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어요.

송지만은 상대실책을 틈타 3루에 멈춘 뒤, 3루쪽 관중석을 바라봐요. ‘아빠는 살아있다’고 외치 듯이요. “내가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그런 걸로 떨리겠어?” 다음 날 송지만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면서도, 어깨를 으쓱해요. 300호 홈런의 사나이도 아들 앞에서는 당당한 아버지이고 싶은가 봐요.

○넥센 오재영과 동방신기 영웅재중의 우정

1일 잠실 넥센-LG전이었어요. 중계화면에 동방신기 영웅재중이 잡혀요. 알고 보니 넥센 오재영의 투구를 보기 위해 왔대요. 둘은 친구사이라고 하네요. 사연은 이래요. 오재영은 초등학교시절,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충남 공주의 중동초등학교로 전학을 갔어요.

전학가본 사람들은 알잖아요. 처음에 얼마나 서먹서먹한지…. 그 때 가장 먼저 사귄 친구가 김재중이었대요. 이 친구가 훗날 영웅재중으로 불리게 되지요. 하지만 둘의 우정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오재영이 다시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됐거든요.

그렇게 연락이 끊겼다가 10여년이 지난 2004년에서야, 둘은 재회했어요. 오재영은 프로야구선수로서 당당히 2004신인왕을 거머쥐었고, 김재중은 동방신기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거든요. 스포츠와 연예계의 신성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다시 연락이 닿은 것이죠.

오재영은 “아직 내가 재중이를 따라가려면 멀었다”며 웃어요. 아무렴 어때요. 죽마고우만큼 좋은 친구는 없으니까요. 아 참, 둘을 맺어준 중동초등학교는 박찬호의 모교라고 하네요.

스포츠 1부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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