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의 롯데, 로이스터를 벗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4월 25일 07시 00분


공격성 유지하며 수비·불펜 강화
작전 다양화…코치 발언권도 존중

“양승호감독 좋아해요” 평가 좋아
로이스터와 다른 체력관리는 걱정

뿌리내린 ‘양승호 정권’

정권이 탄생하면 전 정권과 어떻게든 차별화하고 싶어지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전 정권이 비교적 높은 지지율로 물러났으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롯데의 현 시국에서 로이스터 체제와의 비교는 양승호 감독에게 상처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목적성을 두지 않고서 오직 롯데 내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만 수집해보면 유의미한 작업일 수 있다.

○모두가 양 감독을 좋아하고 있다


코치, 선수, 프런트 등 롯데 인사이더의 얘기만 듣자면 로이스터 이상의 우호적 평가가 주류다. 양 감독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친화력이 곳곳에 침투했다고 볼 수 있다. 작금의 슬로스타트에 관해서도 “잘하려 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 투수는 “로이스터 감독 밑에서는 타자들, 특히 주전 타자 위주의 운용이라면 지금은 투수들까지 배려한다”고 평했다.

○로이스터 야구를 긍정하는 토대 위에서


모 투수는 ‘양승호 야구’에 관해 “투수는 한국식, 야수는 미국식”이라고 표현했다. 양 감독은 로이스터의 유산인 공격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수비와 불펜을 다듬으면 보다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고 계산한 셈이다. 방망이가 안 터져서 어긋나고 있지 롯데의 수비가 향상된 것은 정설이다.

○롯데에 디테일을 주입

시행착오도 적지 않지만 롯데 야구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들린다. “예전에는 풀스윙을 하지 않고, 볼넷을 기다리면 다음 경기에 못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르는 것도 작전에 포함된다.”

“(롯데의 초반 부진은) 사인이 헷갈려서”라는 팀내 조크도 있을 만큼 사인도 훨씬 늘었다. 로이스터 때, 사인이 노출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지금은 없는 일이다.

이밖에 투수의 구종, 포수의 리드에 걸쳐서도 어떤 정형화된 틀이 아니라 상황에 맞춘 선택권이 부여되고 있다.

모 코치는 “3년간 편했으니 이제 머리 좀 써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조크를 섞어 표현했다. 또 자기 야구관이 강했던 로이스터 감독 때에 비해 훨씬 더 코치의 발언권이 존중받는 분위기다.

○의문부호

양 감독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물론 있다. 무엇보다 로이스터 감독이 지닌 우직할 정도의 일관성은 지금처럼 성적이 안날 때일수록 엄청난 미덕일 수 있다. 리더의 확신은 아래로 전파되는 법이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비축’이다. 로이스터의 롯데는 초반 바닥을 치더라도 여름 이후 무섭게 올라왔다. 에너지의 안배 혹은 비축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롯데는 불펜을 강하게 돌리고 있다. 내부에서는 “준비를 많이 했기에 충분히 통제 가능한 범위”라 단언한다.

‘주사위를 못 던진다’는 비판에 아랑곳없이 로이스터 감독은 1승보다 선수(원칙)를 아꼈고, 그것은 단기전에 초약세였지만 롯데를 3년 연속 4강에 올려놓은 원동력이기도 했다.

사직|김영준 기자 (트위터@matsri21)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