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홈런]日‘박찬호 데뷔전’ 엇갈린 시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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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노련했어요.”

아사히신문 체육부 와타나베 다카시 기자는 오릭스 박찬호(38)의 15일 첫 등판을 지켜본 뒤 이렇게 말했다. 오히려 승리투수가 된 “라쿠텐 다나카 마사히로(23)가 못했다”고 했다.

박찬호는 이날 라쿠텐과의 고시엔 방문경기에서 6과 3분의 2이닝 동안 홈런 1방을 포함해 6안타 3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2회를 제외하곤 매회 주자를 내보냈지만 메이저리그 아시아선수 최다승(124승)의 관록으로 위기를 잘 넘겼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반면 다나카는 7안타 2실점 완투승을 거뒀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 이와쿠마 히사시와 함께 라쿠텐의 원투펀치로 불리는 차세대 에이스답지 않았다는 거다.

하지만 와타나베 기자의 말을 뒤집어보면 박찬호의 구위가 그만큼 좋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이날 라쿠텐 타선은 박찬호의 공을 제대로 맞혔다. 박찬호는 수비진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대량 실점할 수도 있었다.

일본에서 데뷔 무대를 치른 박찬호에 대한 시선은 미묘했다. 첫 등판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한 건 무난한 데뷔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스포츠닛폰 야마모토 히로유키 기자는 “박찬호가 고질적인 보크를 범한 데 이어 팀이 2-1로 역전한 6회 수비에서 바로 재역전을 허용하는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박찬호는 경기 직후 “조금 긴장됐고 실투도 있었다. 하지만 내 야구 인생에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오릭스 코칭스태프가 불만을 드러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박찬호의 한국 취재진에 대한 반응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13일 더그아웃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그가 한 말은 “할 일이 있다”가 전부였다. 14일도 마찬가지였다.

오릭스 홍보담당자는 “선수 본인이 인터뷰를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일본 기자들은 “박찬호가 일본 언론과는 인터뷰를 잘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일본 무대 데뷔가 너무 긴장됐기에 한국 취재진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걸까.

박찬호는 예정대로라면 22일 세이부와의 홈경기에 등판한다. 처음은 긴장해서 실수를 했다지만 두 번째는 달라져야 한다. 아울러 한국 취재진에 대한 대응도 바뀌길 기대한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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