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홈런]30년 버텨온 잠실야구장 누구를 위한 야구장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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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사히신문의 한국 특파원으로 부임한 나카노 아키라 씨는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의 열혈 팬이다. 그는 오사카 출신임에도 지역 연고 팀 한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전국구 인기 팀이지만 경기 내용이 좋지 않으면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지는 모습이 싫기 때문이다. 히로시마 팬들은 승패를 떠나 경기를 즐긴다. 야구장은 축제의 장이 된다.

나카노 씨는 아내와 3일 처음으로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지난해 3위 두산과 6위 LG의 한국 프로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비록 아는 선수는 없지만 치고 달리고 수많은 경우의 수를 주고받는 야구의 묘미는 일본과 다를 게 없었다.

두산 측 1루 내야석에 자리를 잡은 나카노 씨 부부는 깜짝 놀랐다. 2만7000석을 가득 메운 관중이 반으로 나뉘어 두산과 LG를 연호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더 놀란 건 이날 두산이 LG에 0-7로 완패한 뒤였다. 두산 팬들은 막대 봉을 흔들며 경기 끝까지 소속팀을 응원했다. 나카노 씨는 “한국 야구는 경기 수준은 물론이고 팬 문화까지 대단했다. 히로시마와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구단의 홈구장은 원래 1957년 개장한 시민구장이었다. 하지만 2009년 신축한 마즈다 줌줌 스타디움으로 자리를 옮겼다. 3만3000명을 수용하고 이 가운데 90석이 장애인용이다. 히로시마 시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 야구의 중심인 잠실야구장은 열악하다. 내년이면 개관한 지 30년이 되는 노후 구장이다. 좌석은 불편하고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거의 없다.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두산과 LG는 3년마다 서울시와 임대 계약을 해야 한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려 해도 시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한일 야구 수준이 비슷해졌다지만 야구 인프라에 대한 인식 차는 여전히 크다.

야구는 팬을 위한 잔치가 돼야 한다. 잔치를 열려면 제대로 된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프로야구 출범 30주년을 맞아 광주 대구 대전에서 새 구장을 만든다는 소식은 반갑다. 제9구단 연고지로 확정된 창원시도 새 구장 건립 계획에 들어갔다. 한국의 수도에서도 그런 반가운 뉴스가 들려왔으면 좋겠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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