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훈 기자의 끝내기 홈런]선배 정민태, 에이스를 위한 쓴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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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한화에 있었다면 17승은 힘들지 않았을까? (류)현진이가 KIA에 있었으면 벌써 20승은 했을 거다.”

넥센 정민태 코치(41)가 최근 한 야구 모임에서 KIA 에이스 윤석민(25)에게 한 말이다. 윤석민은 올 시즌 다승(17승) 탈삼진(175개) 평균자책(2.45) 승률(0.773) 1위에 오르며 각종 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정 코치의 쓴소리에 한마디도 못했다.

한화 류현진(24)도 마찬가지. 정 코치는 “잘나갈 때 투구 관리에 신경 쓰라”고 했다. 류현진은 6년 연속 100이닝 이상을 던지는 강철 어깨를 뽐냈지만 무리하면 투수 생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정 코치는 1990, 2000년대를 대표하는 에이스였다. 1992년 태평양을 시작으로 현대, KIA에서 15시즌 동안 124승 96패 3세이브에 평균자책 3.48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9시즌을 100이닝 이상 던졌다. 20승(7패 3세이브)을 거둔 1999년에는 230과 3분의 2이닝을 던졌다. 그러나 2005년부터 4년간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은퇴했다. 류현진에게 몸 관리를 잘하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류현진은 그런 정 코치를 “항상 애정 어린 조언을 해주는 좋은 선배”라고 했다.

정 코치는 국내 복귀가 결정된 박찬호(38)와도 각별한 사이다. 그는 한양대 졸업반 때 프로 진출과 대학 입학을 놓고 고민하던 박찬호와 한 달 가까이 지방에서 숨어 지냈다. 결국 박찬호는 한양대에 입학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정 코치에게 “현역으로 마지막은 한국에서 하고 싶다”고 했다. 정 코치는 “미국에서 부와 명예를 쌓았으니 욕심내면 안 된다. 힘이 남아있을 때 돌아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 코치는 박찬호의 내년 시즌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에 복귀할 생각이었다면 일본을 가지 말았어야 했다. 일본에서 1승(5패)뿐인데 한국에서 뭘 더 보여줄 수 있을까.”

박찬호는 19일 한화와 입단 교섭을 시작한다. 박찬호가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고국에서 멋지게 현역을 마무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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