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혜성 정진혁 “대구서 2시간8분대 목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0일 1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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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마라톤에 혜성같이 등장한 정진혁(21·건국대)이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시간8분대를 목표로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공인한 '골드라벨' 레이스인 2011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2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09분28초라는 좋은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낸 정진혁은 "아직 얼떨떨하다. 비가 오고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페이스와 컨디션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35㎞ 지점 이후부터 승부를 걸려고 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목표로 했던 기록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11월 중앙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0분59초를 찍고 가능성을 인정받은 정진혁은 이번 대회에서 2시간9분20초대를 목표로 내세웠고 불과 8초 모자란 기록으로 결승선을 끊었다.

국내 1위 지영준(30·코오롱)이 감기·몸살 증세로 이날 오전 출전을 포기하면서 '이방인'들의 잔치가 될 뻔했지만 정진혁이 '불꽃 레이스'를 펼쳐 기대 이상 성적을 내면서 토종 선수의 자존심을 세웠다.

시상식과 도핑테스트로 2시간 늦게 인터뷰에 응한 정진혁은 "아쉬움이 남지만 자신감도 얻었다. 새 기록에 대한 목표가 생겼다"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시간8분대 진입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정진혁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뛰었지만 내 기록을 단축하고자 달렸다. 이번이 풀코스 도전 세 번째인데 30㎞ 부분에서 스퍼트를 낸 건 오산이었다"며 레이스 운영에서 미숙한 점도 토로했다.

정진혁이 '기대주'에서 '차세대 간판'으로 신분이 급상승한 데에는 지영준의 도움이 컸다.

정진혁은 "올해 제주도 동계훈련 때 영준이형과 같은 방을 썼다. 영준이형의 생활 방식을 보면서 느낀 바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식 시간에 나 같으면 잠을 잤지만 영준이형은 쉴 때도 보강 훈련과 스트레칭을 했다. 프로 정신을 많이 배웠다"고 소개했다.

정진혁은 지영준을 본받아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좋아하던 인스턴트 음식과 탄산음료도 이후 싹 끊었고 몸에 좋은 음식만 골라 섭취하며 몸을 새로 만들었다.

정진혁은 "그 덕분에 몸이 좋아졌는지도 모른다"고 웃으면서 "작년 이 대회에서는 2시간15분대를 달렸고 11월 중앙대회에서는 10분대로 기록을 줄였다. 대구에서는 8분대로 단축해보겠다"고 호기롭게 포부를 밝혔다.

키 171㎝, 몸무게 58㎏로 마라톤 선수로는 적합한 체격을 갖춘 정진혁은 지난 1월 돌아가신 故 임찬순 예산육상연맹 회장을 떠올리며 열심히 달렸다고 말했다.

정진혁은 "어렸을 때부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고 임 회장님이 생각나 기도를 많이 하면서 뛰었다"면서 "열심히 훈련에 매진해 내년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신기록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진혁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대표 한 자리를 꿰차면서 지영준과의 치열한 라이벌전을 예고했다.

지영준의 최고기록은 2009년 대구국제마라톤에서 작성한 2시간08분30초로 이날 세운 정진혁의 최고기록에는 1분 남짓 앞서 있다.

둘 다 2시간6~7분대 진입은 무난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11년째 묶인 한국기록(2시간7분20초) 경신에 걸린 포상금(1억원)을 놓고 지영준과 정진혁이 양보 없는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이번 대회와 4월10일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성적을 기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대표 후보 15명(남자 8명·여자 7명)을 추린다.

연맹은 전력을 극대화한 뒤 세계선수권대회 직전 남녀 5명씩 대표 선수를 최종 결정한다.

한국 마라톤은 지영준과 정진혁이 축을 이룰 남자 개인전에서 3위 이내, 5명이 출전해 상위 세 선수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단체전(번외경기)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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