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남전 결승골 AS의 비밀] 팬의 한마디가 노병준을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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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5일 07시 00분


6일 성남전 PK실축 새감독 첫승 날려
포항팬 “고개 숙이지 말라” 격려 멘트
“정신이 번쩍 들었다”…실수만회 각오

포항 노병준. 스포츠동아DB.
포항 노병준. 스포츠동아DB.
포항 스틸러스 노병준(32·사진)이 한 축구 팬의 촌철살인 격려에 힘을 얻었다.

6일 성남과 홈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13일 전남 원정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보란 듯이 아사모아의 결승골을 도왔다. 포항은 아사모아의 결승골로 전남을 적지에서 꺾고 황선홍 감독에게 부임 후 첫 승을 안겼다. 노병준도 1주일 전 감독의 승리를 날려버린 것에 대한 부담을 훌훌 털어버렸다.

프로 9년차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그에게도 PK 실축은 충격이었다. 경기 후 포항에 있다가 성남으로 이적한 몇몇 선수들이 노병준의 평소 킥 성향을 성남 골키퍼 하강진에게 일러줬다는 말도 들렸다.

코칭스태프나 김기동과 같은 선배들에게도 미안했지만 특히 한참 어린 후배들을 볼 낯이 없었다.

13일 전남과 경기직전 잠시 만난 그는 “누굴 원망하겠나. 다 내 탓이다”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얼굴에는 아직도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자책감에 빠져 있던 노병준을 일으킨 건 한 팬의 메시지였다. 포항의 한 팬은 그에게 “승리하지 못한 미안함은 갖되 고개는 숙이지 말아 달라”고 격려했다. 노병준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이렇게 처져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고 힘이 솟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전남과 경기에서 교체로 나갈 것 같은데 저번의 실수를 꼭 만회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기는 시종 팽팽하게 0-0으로 진행됐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모따의 측면 플레이가 상대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후반 21분 노병준을 교체 투입했다. 노병준은 몸을 사리지 않았다. 한 뼘이나 더 큰 전남 중앙수비수들을 상대로 공중 볼 경합에서 한 치도 물러나지 않았다. 특유의 빠른 발과 부지런한 플레이로 상대 진영을 휘젓자 전남 수비수들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 33분, 역습 찬스에서 노병준은 아사모아에게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기가 막힌 패스를 연결했다. 아사모아의 오른발 슛이 그물을 가르자 그는 남몰래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황 감독은 “노병준이 첫 경기에 대한 부담 떨치고 오늘 후반에 아주 잘 해줬다. 앞으로도 공격에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광양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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