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항명 소동’ 마음고생 털고 새 출발 인천 유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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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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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골에 100만 원씩 기부, 팬 사랑에 보답”

1월 조광래 감독과 의사소통 부재로 아
시안컵 대표팀에서 ‘항명 파동’을 겪으
며 가슴앓이를 했던 유병수가 소통의 달
인으로 돌아왔다. 동아일보DB
1월 조광래 감독과 의사소통 부재로 아 시안컵 대표팀에서 ‘항명 파동’을 겪으 며 가슴앓이를 했던 유병수가 소통의 달 인으로 돌아왔다. 동아일보DB
행복한 순간이다. 팬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초콜릿을 받았는지 한 달 전 밸런타인데이 때 받은 초콜릿을 아직도 먹고 있다.

팬들은 지난달 14일 목포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인천 공격수 유병수(23)에게 초콜릿 세례를 퍼부었다. 배달되는 초콜릿 박스가 며칠 동안 이어졌다. 스스로도 놀랐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며칠 전까지는 꼭 기쁘지만은 않은 상태였다. 화려하게 날아올랐던 만큼 그늘도 깊었다.

○ 트위터 통해 1만 명 팬과 소통

그는 지난해 리그에서 31경기에서 22골을 터뜨려 국내선수 역대 최연소 득점왕에 올랐다. 그러나 유병수는 인천이 11위에 머무르면서 최우수선수(MVP)는 물론이고 베스트 11에도 뽑히지 못했다.

게다가 올해 초 조광래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한 항명설마저 나돌아 떠들썩한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아시안컵에 함께 출전했던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전남) 등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그는 벤치를 지켰다. 호주와의 조별리그에서 22분간 뛴 것이 전부였다. 미니홈피에 “진짜 할 맛 안 난다. 90분도 아니고 20분 만에 내가 가지고 이룬 것이 다 날아가 버렸네…”라는 글을 올렸다가 항명 파문으로 번졌다. 이후 항명이 아닌 자책성 글이라고 해명했지만 대회가 끝날 때까지 다시는 출전하지 못했다.

조 감독은 그에게 부지런히 움직이며 다양한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감독이 요구하는 전술적 움직임을 소화하지 못한 것이 출전 기회가 적은 이유였다. 반면에 인천 허정무 감독은 전방에서 자리를 잡고 공을 받아 골 사냥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답∼답했어요. 누군가를 붙잡고 속 시원히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는 다른 벤치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주전 동료들도 허물없이 대하며 그를 위로했다. 결국엔 더 친해져 돌아왔다.

잘못된 의사소통 과정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그는 이제 소통의 달인이 된 듯하다. 트위터 등을 통해 팬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있다. 그의 트위터 팔로어는 9일 오후 현재 9680명으로 1만 명에 이른다. 밸런타인데이 때 많은 선물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 토종공격수 능력 보여주고 싶어

그도 팬들에게 보답할 길을 찾았다. 올해부터 1골에 100만 원씩 적립해 이를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할 생각이다. 허 감독은 이 말을 듣자 “너무 많은 골을 넣으면 그렇고…. 한 25골 정도 넣어서 2500만 원에서 3000만 원 정도 내면 적당할 것 같다”고 웃으며 거들었다. 은근히 지난해보다 더 많은 골을 기대하는 눈치다.

유병수는 “올해 좋은 용병 선수가 많지만 국내 선수들도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든 지금, 또다시 화려한 봄이 기다리고 있다.

인천=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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