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KBO-8개구단의 동상이몽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3월 5일 07시 00분


KBO‘엔씨 지원’ 실행위 진통 예고
“통 큰 양보 신속한 결론 기대”
8개구단 “일단 법대로…합의 난망”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실행위원회(8개 구단 단장회의)를 열어 제9구단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엔씨소프트의 원만한 창단을 유도하기 위한 선수지원책을 논의한다.

지난달 이사회에서 엔씨소프트에 9구단 우선협상권을 부여하기로 의결하면서 KBO가 기존 구단들에 제시했던 잠정 지원방안을 토대로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대타협을 통한 ‘통 큰’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KBO와 달리 제 살을 떼어줘야 하는 8개 구단의 입장이 서로 엇갈려 8일 실행위원회는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KBO는 속전속결로 지원책을 확정하려는 반면 8개 구단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실행위원회를 나흘 앞둔 4일 KBO와 구단들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쇠뿔도 단 김에 빼고픈’ KBO

KBO는 2월 이사회에서 8개 구단에 공통적으로 보호선수 외 2명, 1∼4위 팀에 대해선 추가로 1명씩 엔씨소프트에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신인 우선지명권 10장과 외국인선수 1명 추가 보유에 대해서도 양해를 당부했다.

아울러 메이저리그의 ‘룰5 드래프트’ 제도를 국내 실정에 맞춰 도입해 해당 선수들에게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신생구단에게는 선수 확보에 숨통을 틔워주자고 제안했다.

KBO는 여기에 더해 상무와 경찰청에 소속된 ‘무적선수’의 지원 여부도 새로 검토하고 있다. KBO 관계자는 4일 “상무와 경찰청 선수 중 기존 프로팀에 적을 두고 있지 않은 선수들을 엔씨소프트가 지명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엔씨소프트에 ‘제2의 최형우’를 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얘기다. 2002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했던 최형우는 프로의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한 끝에 2005년 방출된 뒤 경찰청에 입대했으나 2007년 2군 북부리그에서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을 석권한 덕에 삼성에 재입단할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즌 후 기존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들은 사실 엔씨소프트에 입단하더라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KBO로선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지원방안은 오래 끌어봐야 KBO도, 기존 구단에도 득이 되지 않으리라 본다. 8일 실행위원회에서 깔끔하게 결론이 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려는’ 8개 구단

구단들의 입장은 KBO와 사뭇 달랐다. 수도권 A구단 단장은 4일 “지난달 이사회 이후 단장들끼리 서로 전화통화를 통해 비공식적이나마 의견을 나눠왔다. 현 규정대로(기존 구단 보유선수 1명, 2년간 신인 2명 우선지명 등) 하자고 나올 구단들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구단 단장은 또 “미국식의 룰5 드래프트 제도만 해도 당장 국내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메이저리그는 40명(로스터)만 묶어서 보호해도 되지만 우리는 선수층이 얇아 (룰 5 드래프트로) 별도로 묶을 선수자원이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지방 B구단 단장 역시 “KBO 제안대로 기존 구단에서 20명, 신인선수 10명을 몰아주고 용병까지 4명을 보유할 수 있게 해주면 엔씨소프트의 전력은 몇몇 기존 구단보다 좋을 것 같다. (기존 구단에서 지원하는) 20명은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8일 하루에 모두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난상토론을 예고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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