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나상욱, 우상과 맞대결 떨렸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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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노던트러스트오픈 4R… 골퍼 꿈 키워준 커플스와 ‘챔프조’
잇단 퍼트 실수로 단독 3위 그쳐

나상욱(28)은 최종 4라운드 챔피언 조에서 프레드 커플스(52·미국)와 동반자가 되면서 오랜 추억을 떠올렸다. 11세 때 일이다. 아버지 나용훈 씨(57)와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집에서 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리비에라골프장(파72)에서 열린 닛산오픈 구경을 갔다. 당시 최고 스타로 이름을 날리던 커플스를 처음 직접 보며 골프 스타의 꿈을 키웠다.

나상욱은 21일 바로 그 리비에라골프장에서 열린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 생애 첫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 도전에 나섰다. 아버지가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한국에서 치료 중이었기에 우승에 대한 열망은 더욱 강했다. 소년의 가슴을 뛰게 했던 커플스는 어느덧 오십 줄에 접어들어 모자 밑으로 백발이 성성했다.

아들뻘인 후배들과 맞서 1∼3번홀에서 3연속 버디로 기세를 올린 커플스는 우승의 희망을 부풀렸다. 하지만 7번홀에서 공을 깊은 러프에 빠뜨린 뒤 빼내려다 무리를 해 평소에도 안 좋던 등과 허리 통증이 악화됐다.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한 그는 좀처럼 추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다 최경주와 공동 7위(7언더파)로 마감했다. 1∼3라운드에서 평균 290야드를 넘던 커플스의 드라이버 티샷은 249.3야드로 뚝 떨어졌다. 그래도 커플스는 온화한 미소 속에 라운드를 마쳐 갤러리의 찬사를 들었다.

나상욱도 결정적인 퍼트가 번번이 빗나가면서 단독 3위(9언더파)에 머물러 멀리서 TV로 지켜본 아버지의 응원에 보답하지 못했다. 나상욱의 소년시절 화려했던 우상 커플스는 세월의 흐름을 절감하는 중년이 됐다. 그래도 나상욱은 그의 노장 투혼에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커플스는 1983년 PGA투어 첫 승을 거둔 뒤 2003년 통산 15번째 트로피를 안을 만큼 시대를 뛰어넘는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나상욱은 “커플스와의 라운드가 너무 즐거웠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은 나상욱, 커플스와 맞대결을 펼친 에런 배들리(호주)에게 돌아갔다. 배들리는 합계 12언더파로 48세의 비제이 싱을 2타 차로 제쳤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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