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인물 탐구] 신경현 “더이상 꼴찌팀 주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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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7일 07시 00분


팀 전폭적 믿음…3년 연속 한화 캡틴
홈런 20개 도전으로 꼴찌탈출 포부
올해 FA…“가족에게 보답하고 싶다”

3년 연속 주장을 맡은 한화 신경현이 하와이에서 개인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둔 그에게 올시즌은 개인적으로나 팀으로 보나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3년 연속 주장을 맡은 한화 신경현이 하와이에서 개인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둔 그에게 올시즌은 개인적으로나 팀으로 보나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중요한 해’. 참 흔한 단어지만, 한화 신경현(36)의 2011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꼭 사용해야 한다. 데뷔 14년 만에 프리에이전트(FA)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팀의 주장을 3년 연속 맡게 됐다. 스스로는 물론이고 주위의 기대 또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그는 부담이나 압박 따위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주장 완장을 차는 동안, 책임감을 조율할 줄 아는 요령이 생겼다. 하와이 전지훈련 캠프에서 만난 그는 “후배들에게 일일이 잔소리하는 대신, ‘너희가 못 하면 고마운 건 (경쟁자인) 나’라고 하는 게 내 방식”이라며 웃었다.

○가족은 나의 힘

FA 얘기가 나오자, 신경현은 곧바로 “가족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남들보다 일찍 가장이 됐기에 아들 지후(11)가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다. 혈기 왕성하던 신인 때, 엄격한 숙소에서 하루 빨리 탈출하고 싶어서 아내 임수진 씨와 장인·장모를 설득했단다. 동국대 재학 시절 학교 앞 커피숍에서 게임 벌칙으로 옆 테이블에 말을 걸러 갔다가 유학생이었던 임 씨를 만났다. 그 후 아내는 무뚝뚝한 야구 선수의 곁을 묵묵히 지켰다.

“디자인을 공부한 아내가 영어를 잘 하니 아들의 영어와 미술, 피아노까지 직접 가르친다. 아이가 엄마를 닮아 머리가 좋고 공부도 잘 한다”면서 싱글벙글. 신경현은 “아무래도 아이가 커 가면서 책임감도 점점 더 커진다. 올해 꼭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한화는 나의 힘

그렇다고 개인 성적에만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니다. 그는 “선수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게 가장 중요한 몫”이라고 했다. 한대화 감독의 뜻도 같다. “신경현에게 일단 완장을 채운 이상 무조건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현도 그런 마음을 안다. “우리 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이럴 때 분위기를 재정비하고 모범을 보여서 팀의 주축 역할을 해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종화 단장 역시 지난달 말 하와이에 도착하자마자 신경현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이런저런 의견을 들었을 정도로 믿음이 깊다.

신경현은 “선수들이 열의를 다하고 있다. 지난해 성적에도 불구하고 전보다 더 많이 경기장에 오신 팬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홈런 20개를 쳐야 하는 이유

신경현이 ‘홈런 20개’를 마음에 품은 이유 역시 개인과 팀 모두를 위해서다. 프로 입단 직후 허리 부상을 당했던 그는 지난 시즌에야 데뷔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0개)을 기록했을 정도로 ‘거포’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한 감독과 장종훈 타격 코치는 “신경현은 충분히 한 방이 있는 선수다. 하위 타선에서 가끔씩 힘을 발휘해 주면 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최대 15개”라고 한 발 물러났던 신경현도 어느새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중이다. 신경현은 “사실 포수라는 포지션이 여러 모로 힘들다. 하지만 올해는 ‘힘들다’는 말보다 ‘끝까지 해 보겠다’는 말을 자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 마리 토끼. 잡기는 힘들어도, 일단 잡고 나면 그 성취감 역시 두 배일 테니까.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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