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도하 리포트] 아쉬움 남긴 ‘유병수 홈피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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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9일 07시 00분


축구선수 지동원. 스포츠동아DB
축구선수 지동원. 스포츠동아DB
해프닝에 그쳤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진짜 할 맛 안 나네. 90분도 아니고, 20분 만에 내가 가지고 이룬 모든 게 다 날아가 버렸네’라며 유병수(인천·사진)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긴 글이 17일(한국시간) 항명까지 비화되면서 한바탕 파문이 일었다.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사태가 커지자 유병수는 ‘내 자신에게 화가 너무 났을 뿐, 감독님께 불만은 없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조광래 감독은 “앞으로 더욱 잘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해 일단락됐지만 대표팀은 인도전을 하루 앞두고 온통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우선 선수 본인이 경솔했다. 대표팀 내부에서도 모두를 아우르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니홈피는 대중에게 언제든 노출될 수 있는 공간이다.

팬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도 선수들의 미니홈피나 개인 블로그다.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어야 했다.

차두리나 기성용(이상 셀틱)이 트위터에 남긴 글과 사진이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유야 어찌됐든 ‘진짜 할 맛 안 난다’는 말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유병수는 K리그 득점왕까지 올랐지만 팀 전술에 아직 녹아들지 못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교체로 투입된 지 불과 20여 분만에 다시 벤치로 돌아온 것은 자존심에 상처를 줬겠지만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사실 대표팀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대단히 치열한 경쟁 속에 있다.

소속 클럽에서도 그렇지만 대표팀은 내로라하는 최고의 스타들이 모였기에 누군가 선택되면 다른 누군가는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해야 한다.

이번 아시안 컵에서도 이미 베스트11은 정해졌다.

동료들 중 누군가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유병수를 더욱 답답하게 했을 수도 있다. 유병수의 경솔함은 물론이고 거듭된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해갈해줄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대표팀 내에 진작 마련됐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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