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감동을…” 토끼가 전하는 ‘2011 희망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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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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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년만에 V 환호 3월 세계피겨선수권 우승 연아 ‘여왕의 귀환’
평창 삼수끝 “만세” 10개 종목 결선에

김연아
큼직한 앞니 두 개가 트레이드마크인 토끼 씨는 자신의 해가 홀수인 것이 늘 아쉬웠다. 잘 뛰고 머리가 좋아 스포츠에 일가견이 있지만 1896년 그리스에서 시작한 올림픽, 1930년 우루과이에서 시작한 월드컵은 늘 토끼해를 비켜갔다.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지켜본 호랑이 씨가 자신의 해를 마감하며 한마디 던졌다. “어이, 토끼 씨! 당신 해에는 별게 없다니까. 그냥 푹 쉬셔.” 잠시 귀를 쫑긋 세웠던 토끼 씨가 대답했다. “무슨 소리, 올해도 기쁨과 감동을 전해 줄 이벤트는 많다고. 자, 지금부터 내가 2011년 스포츠, 희망 뉴스를 전해 주지.”

토끼 씨는 바로 사막의 나라 카타르로 날아간다. 7일부터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한국은 1956년 초대 대회와 1960년 2회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이후 준우승만 3차례 하는 데 그쳤다. 허정무 감독에 이어 대표팀을 맡은 조광래 감독은 51년 만의 우승을 공언했지만 공격의 핵인 박주영의 부상 공백이 걱정거리였다. 그러나 박지성을 앞세운 한국은 첫 상대 바레인을 격파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예선 전승으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이어 북한, 일본, 사우디아라비아를 차례로 꺾고 29일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표팀이 내건 ‘왕의 귀환, 아시아의 자존심(Return of the King, Pride of Asia)!’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매 경기 고비가 있었지만 한국은 용왕에게 간을 내줄 위기에서 ‘간을 뭍에 두고 왔다’며 목숨을 구한 토끼처럼 슬기롭게 위기를 넘겼다.

토끼 씨는 바로 이튿날 겨울아시아경기가 막을 올리는 카자흐스탄으로 향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종합 5위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한국은 카자흐스탄에서도 연일 승전보를 전했다. 밴쿠버 금메달리스트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에게 아시아 무대는 좁아 보였다. 빙상 맏형 이규혁도 금메달을 보태며 밴쿠버의 아쉬움을 달랬다. 영화 ‘국가대표’로 유명해진 스키점프 선수들도 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중국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8년 만에 종합 2위 탈환에 성공했다.

이제 ‘피겨 여왕’ 김연아를 만날 차례. 3월 토끼 씨는 일본 도쿄로 갔다. 그랑프리 출전을 마다하고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해 온 김연아는 실전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털어내며 우아하게 시상대 꼭대기에 올랐다. 토끼 씨는 ‘토끼 이빨’을 가진 아사다 마오의 경기도 유심히 지켜봤지만 아사다는 지난해 부진을 딛고 대회 출전권을 따낸 데 만족해야 했다.

토끼 씨는 잔뜩 긴장한 채 7월 남아공으로 떠났다. 더운 나라에서 살얼음을 밟는 심정으로 마음을 졸였지만 이전 유치전에서 두 차례 고배를 마셨던 평창은 6일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를 누르고 드디어 2018년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토끼는 굴을 마련할 때 세 곳을 판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말처럼 만일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한 덕분이었다.

드디어 8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불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대구에서 열렸다. 육상은 방심한 탓에 거북이한테 딱 한 번 진 것을 빼곤 달리기에서 적수가 없는 토끼 씨가 가장 좋아하는 종목. 재빠르게 달아나는 토끼의 모양을 이르는 ‘탈토지세(脫兎之勢)’라는 말도 그를 보고 나온 것 아닌가. 경기장은 대회 기간 내내 만원을 기록했다. 한국은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계획대로 10개 종목에서 결선 진출에 성공하며 육상 강국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굵직한 국제 이벤트를 함께한 토끼 씨는 9월 프로야구가 사상 처음으로 600만 관중을 돌파하는 현장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그러고 이런 말을 남긴 뒤 자신의 해를 마무리했다.

“두 토끼 잡으려다 낭패 본다고? 노력하면 세 토끼, 네 토끼도 잡을 수 있지.”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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