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작은 나라 카타르, 약점을 무기로

  • 동아일보

경기장에 에어컨… 반경 25∼30km에 모든 경기장…

월드컵 본선 진출 0차례, 11월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3위, 좁은 국토 면적(1만1521km²)과 한여름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202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된 중동의 작은 나라 카타르는 핸디캡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카타르는 이 같은 단점들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며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호주 등 쟁쟁한 경쟁국들을 제쳤다.

좁은 면적은 경기장이 몰려 있어 이동이 편하다는 장점으로 바뀌었다. 카타르는 유치 제안서에 7개 도시(도하, 알라얀, 알다옌, 움살랄, 알와크라, 알카우르, 알샤말)의 12개 경기장이 반경 25∼30km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오히려 홍보했다. 이 정도 거리면 하루에 경기장을 바꿔가며 2경기를 볼 수도 있다. 경기장 외 각종 숙박 시설이나 연습장 등 모든 시설을 통틀어도 60km를 벗어나지 않는다.

월드컵이 열리는 6, 7월의 더운 날씨에 대한 우려는 ‘경기장에 에어컨을 설치해 온도를 27도 정도로 유지하겠다’는 기상천외한 공약으로 돌파했다. 천연가스와 원유가 풍부한 카타르의 오일머니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나오기 힘든 약속이었다. 여기에 중동 평화와 사상 첫 중동 월드컵 개최라는 명분까지 더해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8년 대회 개최지로 선정된 러시아는 카타르와는 반대로 모스크바를 비롯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치, 예카테린부르크, 사마라, 카잔 등 시간대가 다른 여러 지역에서 대회를 치른다. FIFA가 제시한 경기장 최소 기준인 12개보다 많은 14개의 경기장을 활용하고, 숙박 시설 역시 최소 6만 실을 뛰어넘는 10만 실을 확보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면적이 큰 나라다운 위용을 과시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화끈한 지원을 등에 업고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과 포뮬러원(F1)에 이어 월드컵까지 유치하며 세계 스포츠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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