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양궁 윤옥희 ‘개인전 금’ 恨풀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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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도하-2008년 베이징, 단체전에서만 금메달 걸어 내달 결혼… “부모님께 선물”

“고마워, 고마워.”

23일 광저우 아오티 양궁장에서 열린 광저우 아시아경기 양궁 여자 개인전. 윤옥희(25·예천군청)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조은신 여자 대표팀 감독은 제자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았다. 그는 제자에게 뭐가 그리 고마운지 말을 잇지 못했다.

윤옥희의 결승 상대는 중국 에이스 청밍이었다. 청밍은 8강전에서 이번 대회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던 기보배(광주시청)를 세트 스코어 6-4(28-28, 28-28, 30-29, 28-28, 27-27)로 꺾었다. 세트제는 올해부터 양궁 개인전에 도입된 방식으로 3발씩 최대 5세트를 치러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얻는다.

한국 선수끼리의 결승 대결을 기대했던 코치진은 안타까워했다. 결승을 앞둔 윤옥희의 머릿속에 스친 건 2년 전 베이징 올림픽 우승자 중국의 장쥐안쥐안이었다. 당시 그는 윤옥희 등 한국 선수 3명을 연달아 꺾으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양궁의 위상을 흔들 만한 사건이었다. 2년 후 재연된 상황에 윤옥희의 어깨는 무거웠다. 경기를 시작하고 마칠 때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는 비밀 노트에 그는 ‘자신 있게 쏘자’는 다짐을 적었다.

경기는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청밍은 1세트 세 번째 화살을 7점에 꽂으며 흔들렸다. 2세트 마지막 화살도 8점. 기보배를 제압한 위력은 힘이 다한 듯했다. 결국 윤옥희는 세트 스코어 6-0(27-25, 28-27, 28-27)의 완승을 거뒀다.

윤옥희는 8강전을 마치고 비밀 노트에 ‘병신’이라고 적었다. 그는 한 수 아래 실력의 파리다 투케바예바(카자흐스탄)와의 경기에서 1세트를 25점에 그치는 등 풀세트 접전 끝에 겨우 이겼다. 그는 스스로를 질책했다.

2005년 대표로 선발된 후 늘 정상 언저리를 맴돌던 그였다. 그는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은 땄지만 개인전에서는 은메달,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마침내 정상에 섰다. 고교 3학년 때부터 만나던 송대선 씨(30)와 올해 크리스마스에 결혼식을 올리는 그는 “오늘 메달은 혼수라기보다는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이라며 웃었다.

광저우=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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