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자책감 결승골로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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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7시 00분


FA컵 MVP 염기훈

우승, 그 하얀 기쁨     FA컵 정상에 오른 수원 삼성 선수단이 축구협회로부터 대회 우승 트로피를 전달받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우승, 그 하얀 기쁨 FA컵 정상에 오른 수원 삼성 선수단이 축구협회로부터 대회 우승 트로피를 전달받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전반26분 왼발 기습 중거리슛
FA컵서 2골2도움 우승 견인
“이적 후 첫 우승 더없이 뿌듯”


수원 삼성 염기훈(27)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마치고 소속팀으로 복귀한 후 “그 동안 팀에 기여하지 못해서 미안했다. 팀을 위해서 뭔가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올해 초 울산 현대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염기훈은 2월 열린 동아시아선수권을 준비하다 부상을 입은 탓에 시즌 개막전을 관중석에서 보내야 했다. 그가 재활하는 사이 수원은 팀 창단 후 최다인 6연패에 빠지는 등 부진에 빠졌다.

5월에 힘겹게 복귀한 염기훈이 2010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마침내 팬들과 약속을 지켰다.

염기훈은 24일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 FA컵 결승전에서 팀에 우승을 바치는 왼발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전반 26분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볼을 잡은 염기훈은 중앙으로 드리블하다 왼발로 기습 중거리 슛을 작렬, 부산의 골문을 열었다. 그는 FA컵에서만 2골 2도움으로 수원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활약 덕분에 염기훈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며 300만원의 보너스도 챙겼다.

염기훈은 이적 첫 해 수원의 기둥이 됐다.

K리그를 대표하는 왼발의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면서도 부상 때문에 제대로 뛰지는 못했다. 대표팀에만 합류하면 부상을 입었다. 그 때문에 소속팀에 대한 기여도도 떨어졌다.

하지만 그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염기훈이 뛸 때와 뛰지 않을 때 수원의 공격력에 차이가 크다는 윤성효 감독의 설명처럼 그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수원의 왼쪽 공격을 책임지는 염기훈은 K리그 정규리그에서도 7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공격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날카로운 왼발 슛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염기훈이 국내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 전북 현대 소속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당시 결승전을 뛰었지만 국내무대에서 결승전을 뛰고 우승컵을 직접 들어올릴 기회는 없었다. 그만큼 값진 우승을 자신의 힘으로 해낸 염기훈은 “앞으로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더 많은 우승컵을 차지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다음은 염기훈과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매우 힘든 승부였다. 수원으로 이적해 보여준 게 없었다. 올해 부상으로 팀에 보탬이 된 게 없는데 오늘 득점으로 우승에 기여하게 돼 매우 흐뭇하다.”

-골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수원에 이적했기 때문에 구단과 선수에 미안했다. 전반기 성적이 안 좋아 힘들었다. 첫 해에 우승컵을 들어올려, 그것도 결승전에 골을 넣어 팬들과 주변 기대에 보답한 것 같아 흐뭇하다.”

-또 왼발 득점이 터졌는데.


“난 왼발잡이다. 왼발이 상당히 중요하다. 슛하는 순간, 상대 수비에 맞은 걸로 생각했다. 수비가 걷어냈다고 판단했는데 골이 됐다. 감아서 때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슈팅이 제대로 됐다.”

부산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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