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추억이 빗속에 잠겨 감동적으로 흘러

동아닷컴 입력 2010-09-30 11:27수정 2010-09-3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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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 필드테스터 3차 덕유산 산행

덕유산은 큰 산이다. 높이가 아니라 품이 크다. 백두대간 남쪽 줄기 상,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1,614m)이면서도 그 높이를 드러내지 않는다. 세간의 명성일랑 지리, 설악에 다 내어주고 장엄한 능선을 남북으로 펼치면서도 조용하기만 하다. 덕유(德裕)의 裕는 ‘늘어질 유’인데 “넉넉하다”는 의미가 있다. ‘여유(餘裕)있다’고 할 때의 바로 그 ‘유’다. 덕(德)이 넉넉한 산이니 그 산을 설명함에 새삼 나의 사족이 필요 없을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덕유(德裕)의 산줄기는 남쪽 육십령부터 북으로는 대덕(大德)산까지 모두 덕유산 자락이라 할 수 있는데, 1,300과 1,500m를 오르내리는 능선은 산 첩첩 부드러우면서도 중후하게 사람을 압도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주봉인 덕유산 정상은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3km정도 빗겨 서 있다. 이 또한 덕유의 ‘늘어진 여유로움’ 이다. 그래서인지 산을 자주 다니는 꾼들도 덕유산으로 발걸음을 향하기가 쉽지 않은 산이다.

무주구천동을 기점으로 한 덕유산(북덕유) 지역은 1969년 국민관광단지가 되고,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바쁜 사람들의 등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서 우리 컬럼비아 필드테스터 3차 동반산행은 사람의 발길이 뜸한 경남 함양군 서상면 영각사를 기점으로 남덕유산(1,507m)과 삿갓봉(1,419m)을 올라 거창군 북상면 월성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하늘이 뚫린 듯, 연 3일째 내리는 비는 우리가 봉황봉(남덕유산)으로 떠나는 날 아침에도 여전하다. 컬럼비아 필드테스터 산행은 날씨에 관계없이 진행된다는 원칙을 세워놓았음으로 2010년 9월 11일 오전 7시 30분 26명의 대원을 실은 버스는 줄기차게 퍼붓는 빗줄기를 뚫고 경북 함양을 향해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4시간여 끝에 남덕유산 영각사 입구에 도착했다.

비가 계속내리는 가운데 우선 신라시대에 창건한 고찰 영각사를 둘러보기로 했다. 담장이넝쿨이 운치 있게 무성이 자라고, 우중에도 고즈넉한 고찰의 정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영각사는 신라 헌강왕 2년(876년) 심광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1907년 소실된 것을 강용월 대사가 중수했으나 6.25때 다시 소실되었는데 이때 안타깝게도 법당에 보존되어 있던 화엄경판이 함께 불타버렸다. 그후 1959년 해운 스님이 법당을 다시 지어 점차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현재 전통사찰 55호로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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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창연한 고찰 영각사 구석구석에서 역사의 향기를 음미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주차장 넓은 공터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 산행에 앞서 근육을 부드럽게 했다. 우리 일행은 남덕유산 산행을 하기 위해 남덕유산 국립공원 탐방지원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많이 내린 비로 인해 산행을 통제한다니 아뿔싸! 우리들이 우려했던 대로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어버렸다. 빗줄기는 점차 약해져 소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계획했던 야생화 탐사와 북상13경(남덕유산, 내계폭포, 사선대, 빙기실계곡, 용산숲, 갈게숲, 강선대와 모암정, 부설담, 장군바위, 월성계곡 등)을 도보 답사하기로 했다. 간간이 지속되는 비를 맞으며 당시 선조들의 풍류를 연상하며 폭포수처럼 세차게 흐르는 계곡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가슴 깊숙이 잠겨있던 스트레스조차 말끔히 사라진다.

시간이 모자라 끝까지 답사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기상특보 입산통제로 남덕유산 산행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동계 덕유산 종주등반을 우리나라 처음으로 해 낸 이훈태 원로산악인과 함께했던 이번 산행은 잔잔한 추억이 빗속에 잠겨 감동적으로 흐른 색다른 산행이었다. 덕유산은 역시 ‘바쁜 사람은 아예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할 산’ 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 덕유산 산행 동영상 = 차무상V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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